현금 아닌 포인트ㆍ상품권 받는 영세자영업자 상대적 발탈감
국회 예결위 현금 지원 제안에도 ‘저축’ 우려에 포인트로
“긴급 지원 효과 극대화 위해 사용처 확대, 제한 풀어야”
전국의 238만 저소득층 가구에 정부긴급재난지원금이 본격 풀리기 시작하면서 현금이 아닌 신용ㆍ체크카드 포인트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재난지원금을 받는 가구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포인트 사용처에 제약이 많아 정작 시급한 곳에서는 못 쓰는 까닭이다. ‘긴급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용처를 확대하거나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감이 끊겨 기초생활수급자와 비슷한 처지가 된 프리랜서 이모(41)씨는 현금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은 기초생활자들이 요즘처럼 부러운 때가 없다. 공연기획 일을 하는 이씨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이씨는 “당장 수입이 없다 보니 가스비 등 공과금 내는 게 막막하다”며 “생필품은 서울시(하위 소득 50%)와 정부에서 받는 재난지원금으로 사겠지만 정작 공과금은 빚을 내서 납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금이 아닌 신용ㆍ체크카드에 포인트나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는 가구는 1,300만에 이른다.
정부지원금이 반갑다가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 5명의 직원을 데리고 마케팅 관련 사업을 하는 이모(37)씨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사무실 월세”라며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를 위해서라면서도 정부가 정작 현금 지급을 꺼려 임대료 해결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성남에서 아내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1)씨도 “내 점포 살리기도 급급한데 3개월 동안 이 포인트로 다른 점포를 살리기 위해 멀리 떨어진 전통시장까지 갔다 오는 것도 일이 됐다”며 “정부 지원금만큼은 현금으로 줘 공과금 부담이라도 덜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 제외 등 사용처 제한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의 보편성과도 상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은 “경제효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국민의 권리를 간과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으로 처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해놓고는 특정 계층을 위한 바우처 사업처럼 재난지원금 정책을 꾸려 복지 기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낸 ‘2020년 제2회 추경안 검토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 임대료, 공공요금 납부 등 개인별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현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현금 지급 시 돌아야 할 자금이 돌지 않고 ‘저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포인트 지급이 결정됐다.
현금 지급을 배제한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지역경제 살리기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이나 좌판에서 일하는 영세 상인들이 정작 필요한 건 현금”이라며 “특히 지방엔 ‘지역화폐 시스템’ 밖의 영세업체들이 많은데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 사용 등으로 얼마나 경제 부흥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자영업자의 지역상품권 가맹점 가입 비율은 50% 미만이다. 특히, 현금으로 장사를 해 온 일부 전통시장이나 지하상가들의 경우 지자체들의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사용시 수수료 10%를 요구하기도 한다.
각종 지원금을 합쳐 최대 287만원을 받는 경기 포천에서는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가구의 경우 받은 포인트 사용 기한을 넘겨 본의 아니게 기부를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보다 앞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남양주시는 시 재난지원금(1인당 10만원)을 전액 현금 지급으로 선회했고, 포천시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지원금을 쓸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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