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발원의 책임을 묻겠다며 중국에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자, 중국도 코로나19 의료장비 수출 연기나 대미 관세 인상 등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불을 당긴 건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직접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며 피해 보상 차원에서 중국에 1조달러(약 1,224조원)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이 잇따라 “미국이 증거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맹비난한 건 물론이다. 4일엔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서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자료나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의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맹공은 다분히 오는 11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확진자 수가 120만명을 넘어서며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중의 분노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이라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세계 경제를 희생양 삼는 모험은 그만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의도가 의심스럽긴 하나 중국 정부도 감정 섞인 반박만 할 일은 아니다. 전 세계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 그간 중국 정부가 발원지부터 최초 감염자 발생 시점, 확진자 통계 등 코로나19 정보를 왜곡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대비도 필요하다. 미중 갈등이 설전에 그치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2차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큰 타격을 입는 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다. 이미 내수 침체에다 글로벌 경제 위기, 저유가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다 미중 변수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정부는 미중 갈등을 예의 주시하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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