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김정은 잠행에 ‘말 아낀’ 美…“수술안했다” 단언한 韓, 왜?

알림

김정은 잠행에 ‘말 아낀’ 美…“수술안했다” 단언한 韓, 왜?

입력
2020.05.04 17:35
수정
2020.05.04 23:55
6면
0 0

김정은 신변 둘러싼 한미 간 정보 공개 온도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행 배경을 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보 공개 수준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시술ㆍ수술 여부까지 확인해 준 반면, 미국은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지난 20여일 간 무엇을 했다고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공유할 내용이 많지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태양절ㆍ김일성 주석의 생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알지 못한다”고만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잠행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CNN방송 보도로 전세계가 들썩였을 때도 미국은 ‘오보’라고 확인했을 뿐 구체적 대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관련 보도를 면밀하게 보고 있다”(지난달 22일)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상태를 알지만 말 못한다. 곧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는 반응만 내놨다.

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20일만에 잠행을 깨고 재등장한 다음날인 3일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간단한 시술도 없던 것으로 분석한다”며 김 위원장이 심혈관 계통 수술을 받았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 강원도 원산에 체류 중이라는 관측 역시 지난달 청와대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차이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유고 가능성에 대해 한미 양국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데서 출발한다. 정보 당국 출신인 전직 고위 관료는 4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유고 가능성과 관련한 한미 간 정보 공유는 수 십 년 간 이뤄져 왔다”면서 “미국이 피상적 정보를 얻는 데 만족했다면, 우리는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측면이 있다”고 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심기’를 얼마나 신경 쓰느냐의 차이가 정보를 다루는 태도의 격차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4월 남측의 ‘최고 존엄 모독’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조업을 한 때 중단했을 정도로 최고지도자를 사실상 신격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은 임기 2년 내에 경색된 남북 관계를 재반전 시켜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선 김 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최근 국내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보도 내용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북 정보를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한미 간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부정확한 보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