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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까지”… 56년만의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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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까지”… 56년만의 재심 청구

입력
2020.05.04 17:11
수정
2020.05.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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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최말자씨 “정당방위였다”, 6일 부산지법에 재심 청구

서초동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초동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폭행 가해자의 혀를 물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4일 부산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최말자(74)씨는 오는 6일 이 같은 이유로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씨는 1964년 5월 당시 18세던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21세 노모씨에게 저항하던 과정에서 노씨의 혀를 물어 1.5㎝ 가량을 자른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을 받는 과정 동안 6개월이 넘는 옥살이도 해야 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간 첫날 아무런 고지도 없이 구속돼 수사를 당했다고 한다. 두 달 가량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결혼하면 끝날 일 아니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정당방위였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성폭행을 시도한 이후 최씨의 집까지 찾아와 흉기로 위협하고 협박한 노씨는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하지 않은 채 기소됐다.

법원에서도 억울함을 주장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최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결혼해 살 생각은 없는가” 등의 질문을 할 뿐 자신의 정당방위 주장은 무시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면서 잘못된 판결의 사례로 지적됐다. 최씨는 미투 운동이 일던 2018년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 등과 상담한 뒤 올해 재심청구를 결심했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 최씨는 자신의 사건 이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사법기관의 여성 방어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밝히기 위해 재심 청구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를 비롯한 변호인단과 부산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6일 재심 청구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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