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치는 줄 알았는데…” 조용한 해남 뒤덮은 지진 공포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천둥 치는 줄 알았는데…” 조용한 해남 뒤덮은 지진 공포

입력
2020.05.04 17:33
0 0

9일간 54차례 지진… 기상청 현지조사 비상

최근 10일 사이 50번이 넘는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전남 해남 산이면 일대 전경.

“마른 대낮에 뭣(무엇)이 두 번 치둥디, 천둥 친 줄 알았당께라….” “우덜(주민)은 괜찮은디, 나랏님하고 기자들 때문에 마을이 난리랑께라….” “천둥 치는 소리로 들렸어라….”

4일 오후 3시쯤 전남 최남단 해남군 산이면 일대는 전날 밤 지진이 났다는 소식에 마을 어귀에선 주민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걱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반도에서 이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얘기는 좀처럼 알려진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기상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현지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취재진이 바쁘게 움직이자 일부 주민들은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평상시처럼 논ㆍ밭일을 하는데 무슨 전쟁 난다고 나라하고 언론이 난리를 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픽=한국일보

바다와 인접한 간척지이자 현재 농경지로 활용되는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 흑두 일원인 서북서쪽 21㎞ 지역에서는 지난달 26일 규모 1.8지진을 시작으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5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전날 밤 10시7분쯤 3.1규모 지진 발생에 부동리 주민들은 아찔한 체험을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주민도 있는 반면 잘 모르고 지나친 경우도 많았다. 집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증언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점(52) 부동리 이장은 “잠들기 전에 ‘쾅쾅’ 두 번 울리더니 아들 책상이 흔들렸다”며 “마을주민들이나 농작물 피해는 하나도 없어 일상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주만(65)씨는 “잠자고 일어났더니 타 지역에서 사는 아들딸들한테 집에 아무일 없느냐는 말에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면서 “이달 중순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에 나가는 등 주민들은 무덤덤하게 논ㆍ밭일을 하는 한가로운 농촌마을”이라고 주장했다.

4일 오후 해남 지진과 관련해 기상청 관계지와 해남군 재난관리팀장이 진앙지인 보리밭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남=박경우 기자

하지만 해남군과 일부 군민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곳은 해남 관광레저형기업도시가 들어설 인근 지역으로 골프장 조성 등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지진과 관련해 해남지역은 아무 느낌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인근 목포 등지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지진 얘기도 꺼내지 마라”면서 “10년 넘게 나라에서 기업도시 개발한다고 난리쳐도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제 지진이 일어난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목포시 옥암동에 사는 정모(49)씨는 “한밤중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아파트 18층이 흔들려 집에 있는 시계와 가벼운 물건들이 움직였다”며“가족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놀라 한참 멍했는데 재난문자가 와서 지진인줄 알았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처럼 전날 발생한 지진은 지난 1월30일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규모 3.2 지진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도 목포시 등지에서 수십여건 접수됐다. 이날도 2.0 이하 규모가 작은 지진이 10건 발생하는 등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다.

국내 지진측정 이후 42년간 한 번도 지진이 나지 않았던 해남에서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자 기상청도 원인 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군집형(群集型·같은 지역에 집중발생) 지진이며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어 기상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지진 진앙(지진이 발생한 원점에서 수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인 산이면 부동리 흑두일원(북위 34.66도, 동경 126.40도) 현장에 기상청 관계자와 해남군 재난관리팀이 방문했다.

기상청은 발생 원인 조사를 위해 진앙 주변인 화산면사무소에 관측망을 오후 6시에 설치하고 문래, 마산 등 3곳에도 5일 관측망을 설치할 예정이다.

해남=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