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이동경로 가능성 광양 백운산 자락, 올무 무더기 발견
반달곰친구들은 “올무와 덫은 서서히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잔인한 살인도구”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에서 올무에 걸린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다. 멧돼지 사체 부근에는 지난해 사용이 전면 금지된 포획 도구인 올무 수 십여개가 발견돼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반달곰친구들은 지난달 27일 광양 백운산에서 올무에 걸린 멧돼지 사체와 23점의 올무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반달곰친구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불법엽구 수거 활동에서 올무에 걸려 썩어가는 멧돼지를 발견했다”며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지 올무를 걸어놨던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혀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죽음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멧돼지는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무에 걸려 죽은 멧돼지. 반달곰친구들 제공

문제는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올무가 발견되는 등 9,900㎡(3,000평) 규모의 지역에서 23점의 올무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올무 설치도 불법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올무는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반달곰친구들의 설명이다.

반달곰친구들은 “멧돼지는 개체수가 많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잡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잡아도 된다는 것과 올무와 덫 등으로 잡은 것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올무와 덫은 야생동물의 목숨을 서서히 빼앗는 잔인한 살인도구라는 것이다.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단기적 대책은 필요하다”면서도 “밀렵도구에 걸려 며칠을 고통 받다가 죽이는 방식의 살상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달곰친구들이 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에서 수거한 올무. 반달곰친구들 제공

반달곰친구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18년 6월 14일 반달곰 KM-55가 이동형 올무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된 지역과 가깝다. 또 지리산의 반달곰이 섬진강을 건너 백운산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올무에 걸려 죽은 멧돼지가 또 다른 반달곰 KM-55일수도 있다”며 “불법 사냥도구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야생동물 피해방지서설 지원확대 등의 장단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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