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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지성호 ‘가벼운 입’ 김정은 위중설 책임론… 대북 정보력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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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지성호 ‘가벼운 입’ 김정은 위중설 책임론… 대북 정보력도 의문

입력
2020.05.04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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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金 위중 확신” 지성호 “사망 확인”

미확인 정보 온 나라 혼란… 사과 표명 없어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강남갑 당선이 확실시되자 애국가를 부르던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강남갑 당선이 확실시되자 애국가를 부르던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 심혈관 수술 후 쇼크 상태에서 사망한 것 같다.” (이달 1일 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 (4월 28일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자신의 신변 이상설을 조소하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함박 웃음을 지으며 등장하면서 탈북민 출신 예비 국회의원들의 ‘가벼운 입’이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들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해 온 정보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또 앞으로 4년간 헌법기관의 지위를 누릴 이들의 ‘성급한 처신’이 남북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김 위원장이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단 소식이 다음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공식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많은 이들의 시선은 태영호ㆍ지성호 당선자에게 쏠렸다. 태 당선자는 “김정은 일가의 동선은 극비사항”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위중하다’고 확신했고, 지 당선자는 한술 더 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망 발표 시점이 2일이라고 단언까지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신변 관련 특이 동향이 없다”고 청와대ㆍ정부가 거듭 확인했지만, 두 사람의 억측은 ‘북한에서 나고 살았으니 북한을 잘 알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타고 일파만파 번진 터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발언이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태 당선자 등이 ‘북한 최고위급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물이 아니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게 됐다. 북한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공유하는 정보가 탈북민에 흘러갈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탈북 이전 두 사람의 신분이 관련 정보에 닿을 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해 왔다. 2006년 탈북한 지 당선자의 경우, 북한 거주 당시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북한 아이들)였단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태 당선자의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이력에 대해 “그렇게 고위직이 아니다”고 28일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사회 동요를 일으키거나 정보망을 추적하기 위해 흘린 역정보에 두 사람이 걸려들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뢰도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는 신분으로 민감한 사안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이러한 사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국회의원이라는 ‘강력한 스피커’를 타고 거짓 또는 미확인 정보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김 위원장 건재가 확인된 후에도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태 당선자ㆍ페이스북), “속단 말고 좀 더 지켜보자”(지 당선자ㆍ언론 인터뷰) 등의 반응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탈북자 출신 의원들의 입을 거쳐 가짜뉴스가 더욱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초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조명철 전 새누리당(현 통합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받은 미확인 정보를 기자회견에서 밝히곤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대북 소식통보다는 한국 정부 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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