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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팬데믹은 인간성 위기의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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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팬데믹은 인간성 위기의 경종이다.

입력
2020.05.0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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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fter Corona) 1년(서기 2020년) 4월 16일 새벽 5시, 나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기업가정신’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약 200여명이 참여했던 이 행사는 당초 취소됐으나 온라인으로 부활했다. 그런데 올해는 세계 65국에서 1,126명이 참가했고, 각 세션 참여자가 총 5,841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AC 1년은 인류를 사이버 공간의 종족으로 만들고 있다. 활동무대가 ‘물리적 장소’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지역 간 이동은 줄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창조적인 글로벌 소통이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해외 콘퍼런스에 참석하려면 최소 하루의 시간이 걸렸고, 비싼 항공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뉴노멀에서는 이런 자원의 낭비가 없어졌다. 이메일도 어렵던 해외 석학들과도 SNS로 연락도 하고 전화도 주고받는다. 가끔씩 내 온라인수업에 와서 우리 학생들에게 강의도 해 주고 간다. 얼마나 쉬운 국제화인가?

새로운 경험들은 상식을 깨고 있다. 온라인은 교육효과가 낮고, 원격의료는 오진 가능성이 많고, 재택근무는 일 안하고 노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높아진 조직이 생겼고, 온라인 교육을 했는데 해외 학생들이 우리 수업을 듣고 있고, 병원을 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경제적 약자는 더욱 살기 어려운 ‘휴머니티(humanity)’의 위기가 목전에 닥쳤다. 골드만삭스는 5월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3,700만여명의 실업자를 예상하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홈리스가 쏟아질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AC원년 우리 사회는 과거 문명을 버리고 신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는 저소득층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는 힘든 사람들의 인간성 위기로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고용중심이 돼야 한다. 단기적 자금지원은 지속되기 어렵다. 사회복지보다 노동복지 중심의 대책이 돼야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최대한 일하게 하는 것만이 최고의 위기대책이다.

기업에는 ‘살아남기와 구조전환(R&RㆍRelief & Reform)’ 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1년간 살아남기 위한 특단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큰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 충격이 더 큰 해외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거의 중단하고 있는데,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02년 사스 위기 뒤에 알리바바가 급성장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제1장에 주목하자. 경제란 개인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도덕감정을 지닌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도록 해 주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과 함께 약자와 동행하는 혁신적 포용의 ‘신 문명’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존엄성에 대한 경종인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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