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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절에 다시 확인된 취약 노동자의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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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절에 다시 확인된 취약 노동자의 슬픈 현실

입력
2020.05.0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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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세계 노동절 공동행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조계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세계 노동절 공동행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조계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30회 노동절인 1일, 한국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참담한 아침을 맞았다. 사흘 전 노동자 38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노동 현장의 안전 불감증 탓이라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때만 되면 반복되듯이 이번 참사 현장에서도 시공업체는 공기 단축에만 매달렸을 뿐 현장 안전을 소홀히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안전 관리자가 누구인지도 몰랐으며 안전 교육도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됐다는 노동자들의 증언도 나온다. 이렇게 위험에 노출된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희생된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이 같은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는 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노동계는 오래전부터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망사고가 나면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3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김용균씨가 숨진 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런 내용이 빠져 경영 책임자 형사처벌 하한선(1년)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재 사망 사고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법원 책임도 적지 않다. 12년 전 노동자 40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때 법원은 시공사와 대표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2012년 8명이 숨진 청주의 다이옥신 폭발사고 때도 법원은 하청회사 법인에 벌금 3,000만원, 현장 소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의 총체적 무관심 속에 매년 한국의 노동자는 2,000명씩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주요 12개국(G12) 국가에 걸맞지 않은 산재 후진국의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하청ㆍ파견ㆍ임시ㆍ일용직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일할 뿐 아니라 경제 위기에서도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 코로나19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도 이들이었다. 노동 안전에 대한 존중과 노동자 보호에 대한 해법 없는 성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절 축사가 허언이 되지 않도록 취약한 노동 현실 개선에 우리 사회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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