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한국, 지구촌 기후 위기 막을 ‘포스트 코로나 리더십’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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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한국, 지구촌 기후 위기 막을 ‘포스트 코로나 리더십’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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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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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기후환경회의 1주년 인터뷰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전 세계의 칭찬이 쏟아지는 시기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쓴 소리를 좀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반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대처는 가히 모범적”이라면서도 “우리가 위기를 막는 데는 강하지만 예방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학자들이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위험이 이미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나타난 만큼 더 늦기 전에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 1년(29일)을 맞은 반 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를 늦추고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한국의 ‘포스트 코로나 리더십’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이끈 지 1년이 됐다. 

“일생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해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수술’이 필요하다. 직원들에게 내가 책임을 질 테니 과감하게 하자고 독려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제안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지난달 끝났다. 성과가 있나. 

“지난해 같은 기간(12~3월) 대비 올해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27% 감소했다. 계절관리제 실시 기간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절반(28기)을 셧다운(가동 중단)했다. 대형사업장들도 자발적으로 배출 감축에 동참했다. 그러니 검은 연기가 안 올라갔다. 국민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이룬 성과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코로나19로 멈춘 영향이 더 크지 않나. 

“코로나19 영향도 물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발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6%의 온실가스가 줄었다고 한다. 중국의 산업시설이 가동을 멈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감량을 비교하면 중국보다 한국이 많다. 한국이 계절관리제라는 단기 대책을 실시해 ‘주사’를 강하게 놓은 결과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하는 국가 체질 개선을 위해 올해 10~11월쯤 중장기 대책도 제시할 생각이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합리화 할지, 유류 가격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등의 문제를 국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답을 찾으려 한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지 않나. 

“한국ㆍ중국ㆍ일본ㆍ북한ㆍ몽골ㆍ러시아는 ‘동북아 호흡공동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국민 여론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선 중국만 손가락질 해왔다. 지난해 4월 위원장 취임 직전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는데 간접적으로 불만도 표출하더라. 중국은 나름 ‘푸른하늘보위전’ 정책을 전쟁하듯 과감하게 추진해 성과도 내고 있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는데 남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다. 우리도 상대를 비난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도 동북아 호흡공동체에 속한다. 남북 간 환경협력도 필요하지 않나. 

“국외 미세먼지 영향 비율은 중국이 31%, 북한이 9% 가량된다. 북한의 상황이 나빠지면 남측으로 넘어온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니까. 도와줄 수 있으면 우리가 도와야 한다. 북한 내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당분간이라도 해제할 필요성이 있다. 환경, 보건, 질병 등 인도적 문제는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면 안 된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반 위원장은 "한국·중국·일본·북한·러시아·몽골은 동북아 호흡공동체"라며 "상호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을 주도했는데. 

“당시(2015년)만 해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나라가 많았다. 미국은 그래도 협상엔 참여했는데, 중국과 인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일일이 만나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리고 임기 만료 한달여를 앞두고 협정을 발효 시켰다. 국제협정은 합의 후 30~40년이 지나도 발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탈퇴(2019년 11월)하면서 동력이 빠졌다. 아쉽다.”

 -코로나19도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라는 지적이 많다. 

“감염병과 기후변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모든 학자들이 얘기한다. 기온이 올라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는데도 산림을 개발하면 동물이 살 곳이 없다. 동물들이 보균한 바이러스가 넘어온다. 기후변화는 천천히 진행돼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감염병의 주기가 급속도로 짧아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2000년대들어 2001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코로나19가 찾아왔다. 과거엔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지역 간 교류가 뜸했지만 지금은 ‘슈퍼 초연결사회’다. 예방을 해야 한다.”

 -국제적 재난과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G2(미국ㆍ중국)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부터 이게 아닌데 싶었다. 코로나19 초기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 전체를 동원하지 않으면 대처가 힘들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유엔이 움직이질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성명도 내고 총회도 열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리에서 의안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G2 정상이 정치 논리로 코로나19 위기를 바라보는 것은 아쉽다. 이런 상황은 국제사회 평화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당시엔 유엔에서 대응반을 만들었다. 지금과 어떻게 달랐나. 

“안보리는 ‘에볼라바이러스 상황이 아주 심각한 국제평화안보 위협’이라고 바로 결정을 했다.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질병 문제 대응을 위한 특별 기구(에볼라바이러스 비상 대응반)도 만들었다. 발병국인 라이베리아, 시에라이온, 기니가 행정력이 약하니 미국이 7,000명, 영국이 750명, 프랑스가 500명 등 각국이 군대를 파견해 봉쇄(lockdown)하고 대처했다. 기니에 본부를 세우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함께 대책을 마련했고, 에볼라바이러스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감염병 발생시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례라고 본다.”

 -코로나19 초기부터 국제사회가 정치 논리를 떠나 협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유엔의 에볼라바이러스 대처 방식으로 대처를 잘한 것 같다. 처음엔 얼마나 두들겨 맞았나. 그러나 지금은 국제사회 모범이 됐다. 외국 지도자들에게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소개해달라, 방역 노하우를 알고 싶다’는 전화도 여러 번 걸려왔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반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세계보건기구와 G2의 대응이 아쉬웠다"며 "국제적 위기 상황에선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우리나라의 대처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쓴 소리를 조금 하겠다. 우리나라는 이슈가 생기면 대처를 잘한다. 외환위기가 생기면 전 국민이 결집해 금을 모으는 식으로 눈물이 철철 나도록 대처한다. 위기에 강하다. 하지만 위기를 사전에 막는 것엔 약하다. 질병관리본부가 과거 보건복지부 내 하나의 국이었는데, 별도 본부로 분리해 예방책을 세우니 잘 대처하지 않았나. 이제 우리도 위기 예방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다른 나라의 참여를 독려할 때마다 낯이 안 선다.”

 -기후 위기에 대한 국내 대처가 미흡하다는 뜻인가. 

“우리나라는 ‘기후악당’이다.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국가기관이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다. 그러니 국제사회가 비판을 하는 것이다. 국제 트렌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네트 제로(net zero)’ 실현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법제화했다. 영국도 2020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를 없앤다. 그러나 한국은 G20(주요 20개국)에 속하는 나라임에도 화력발전소를 없애지 못한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것처럼 화력발전소 문제도 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환경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안보와도 연결된 문제다. 코로나19는 전 지구적으로 만연한 불평등을 보여줬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격차가 감염병에 의해 더 악화될 위험이 있다. 미국과 한국만 잘 살면 뭐하나.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위험은 지구 전체에 전이된다. 국가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응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이 전 지구적 위기 예방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인터뷰=정상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정리=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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