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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택 고대 총장 “신종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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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택 고대 총장 “신종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앞당긴다”

입력
2020.04.28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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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1주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각자 가치 높이며 대비해야” 메시지

[저작권 한국일보]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국가와 사회, 개인 차원의 교류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모든 분야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새로운 질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사회가 도래하면서 가치사슬(value chain)뿐 아니라 세계질서도 요동칠 것이라는 게 글로벌 브레인들의 진단이다.

공학자로서 패러다임 변화를 역설해 온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한발 나아가 신종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해 개교 이래 첫 공과대 출신 총장이 된 정 총장은 2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경험의 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경험 공간이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교육뿐 아니라 경제ㆍ사회ㆍ문화 전 분야에서 디지털 경제의 수용이 높아지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도 그만큼 빨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 대학 모두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처방전도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로 대학도 온라인 강의라는 전례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의 불편과 불만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개강 후 첫 7주 간 실험ㆍ실습 교과목을 제외한 8,000여개 강좌 거의 모두를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도 일부 교과목에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활용 교육 방식을 접목시켜 왔으나 최근의 온라인 강의 전면 시행은 우리 대학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이 분명하다. ‘줌(Zoom)’ 시스템을 도입해서 보안문제를 걱정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고대는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첫 날 접속이 몰려서 잠깐 문제가 됐던 것을 제외하고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지출해야 할 것을 안하고 있다면 돌려주는 게 필요하지만 대학 스스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도 힘들지만 대학과 교수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학교 입장도 이해해주길 기대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대학이 변화의 중심에 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많이 변할 것 같은데.

“미국 대학은 오래 전부터 온라인 강의를 적극 도입해 기업인이나 직장인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있다. 그 동안 사이버대학 보호 등의 목적을 위해 온라인 강의 비율을 제한해 온 우리도 앞으로는 온라인 강의 비중이 올라갈 것 같다. 바이러스에 의해 우리 삶이 많이 제한되면서 연구 내용도 많이 바뀔 것이다. 대학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 분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드론 모빌리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보건의료, 에너지, 환경 등의 기본 분야도 새롭게 떠오를 전망이다.”

정 총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총장 취임식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이 총체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대학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촉진할 4차 산업혁명 시기, 급격한 밸류체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중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정 총장의 조심스런 경고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등의 산업 환경에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구성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온라인 상점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플랫폼과 배송 업종 중심의 일자리 재편이 가속될 것이다. 대면 접촉이 아니라 원격을 통한 상호교류가 일상화하는 사회가 도래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인간다움에 대한 정서적 욕구는 강해질 수 있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변화를 예측하면서 기계가 채울 수 없는 부분, 가령 ‘공감’과 ‘연민’ 등 인간의 본성과 능력에 기인한 역할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 포함 몇 개 동남아, 금융위기는 금융기업만 피해를 봤다. 코로나는 국가, 업종과 상관없는 전지구적 영향이다. 코로나에 대한 고민을 모두가 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기술 출현에도 모두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 개인이 트렌드 변화를 읽고 정보를 취득해서 각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4차 산업혁명까지 맞물리면서 일자리의 대폭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기존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1차 산업혁명 때도 마찬가지 우려가 나왔다. 당시에도 인부들이 망치를 들고 나와서 방적기를 부쉈다. 기존 사업이 문을 닫거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AI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사회에서는 가령, 보험이나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활성화할 수 있다. 결국 기회를 잡느냐가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학생들의 강의실 밖 활동, 즉 비교과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력 쌓는 것은 경험이다.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해외경험, 창업 활동 중 한 두 개는 꼭 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봉사활동은 팔로우십과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으며 해외 활동은 국내서 보지 못한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창업 활동은 실패의 경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만 기발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데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대학생들이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공대 출신의 첫 고대 총장이 된 정 총장은 완벽한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3월 데이터과학원을 개원하면서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에 대한 융합 연구 및 교육 환경도 마련했다. 공학자답게 ‘노벨상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논문이 많이 인용되는 1% 연구자 명단(HCR)에 오른 교수에게 1억원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정 총장은 “시설을 확충하거나 우수한 교수나 학생들을 데려오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최근 학교 발전위원회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구글과 같은 초대형 기업이 대학에서 싹을 틔웠다. 우리 대학에서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자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왔다. 교수 시절 창업을 했던 총장이 적극적으로 창업을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업 문화가 학교에 뿌리를 내렸다. ‘공학은 논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화가 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바탕이다. 고려대에도 기술지주회사 밑에 자회사가 30개 이상 있다. 그 중 한 두 개는 회사가치가 1,000억원이 되는 ‘넥스트 유니콘’ 기업으로 유니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발전을 위한 정부 등 외부 지원은 충분한가.

“사립대학의 수입은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 교수들이 확보하는 연구비 일부다. 등록금은 수년째 동결되고 있으며 나머지도 한계가 있다. 결국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스탠포드 대학처럼 학교가 지분을 가진 창업 기업이 성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나머지는 외부 기부다. 미국에서는 ‘내가 성공을 하면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문화가 교육에서부터 형성되어왔다. 그리고 충분한 세제혜택을 줬다. 이는 정부나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인터뷰=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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