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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왜” 이렇게 생긴 투표 용지도 있다니

입력
2020.04.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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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What] 나이까지 직접 적어야 하는 일본 투표용지 

 대만 투표용지에는 사진이… “글자 못 읽는 유권자 위해” 

21대 총선이 실시된 15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반려견과 동반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1대 총선이 실시된 15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반려견과 동반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과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바로 역대급으로 길었던 투표용지일 겁니다. 당시 비례대표용지 길이는 48㎝로 역대 선거 중 가장 길었었죠. 때문에 유권자들은 조심조심 두 번 이상 접어 투표함에 넣었고요. 개표 과정에서도 사무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펴 가며 숫자를 세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해요.

6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인쇄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인쇄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한국 선거 투표용지는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이니라’ 인데요. 보다 자세히 보면 지역구 선거 투표용지에는 기호ㆍ정당ㆍ이름만 적혀 있고, 비례대표 투표에는 기호와 정당 이름이 적혀있지요.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투표용지와 다르다고 해요.

큰 차이점은 ‘빈 칸’인데요. 일본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빈 칸에 후보자의 이름을 직접 적어서 내야 한다고 해요. 일본 공직선거법 46조에 따르면 “선거인은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에 해당 선거의 공직 후보자 한 명의 이름을 직접 적어 이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어요.

일본 공직선거법 46조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이름을 적어 투표하도록 정해져 있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
일본 공직선거법 46조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이름을 적어 투표하도록 정해져 있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

직접 적어야 하다 보니 이름을 외워야 하는 점,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 선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롭고, 후보자 입장에서도 난감한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게 이름을 바꾸는 후보들도 나타나곤 한다는데요.

또 하나 곤란한 상황은 같은 후보 중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인데요. 예컨대 ‘홍길동’ 후보가 두 명인 경우, 어떻게 구분을 하냐는 거죠. 이 경우 나이까지 적어야 유효표가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궐선거가 열리는 일본 중의원 시즈오카 4구에는 ‘타나카 켄’이라는 동명이인의 후보가 등록돼 있다고 하는데요. 원칙 상 성명 이외에 다른 문구가 적힌 투표 용지는 무효이지만, 신분 정보에 해당하는 주소, 직업 등은 적어도 된다고 해요. 또 정확히 어떤 후보자에게 투표했는지 구분하기 위해 나이를 같이 적는 건데요. 투표소에 배치하는 후보자의 명단 표에도 나이를 함께 적는다고 하네요.

타나카 켄 후보 중 42세의 켄 후보는 이러한 점 때문에 자신의 나이까지 적어야 한다고 사진과 동영상 등을 이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보에 나섰는데요. 한국에서는 홍보용 사진에 얼굴과 정당 이름을 적는 반면, 켄 후보는 이름보다도 나이를 강조해 적은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일본 중의원 시즈오카 4구 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타나카 켄이 투표용지를 적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는 동명이인의 후보가 출마해 후보자의 나이까지 적어야 정확한 집계가 가능하다. 트위터 캡처
일본 중의원 시즈오카 4구 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타나카 켄이 투표용지를 적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는 동명이인의 후보가 출마해 후보자의 나이까지 적어야 정확한 집계가 가능하다. 트위터 캡처

아예 투표용지에 얼굴을 넣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대만인데요. 대만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를 보면 당명과 후보자의 얼굴 사진, 이름 등이 적혀 있고 이를 보고 투표하면 되는 원리입니다.

사진을 넣는 이유는 먼저 글로 적힌 후보자의 이름과 소속 정당을 읽지 못하는 문맹 유권자를 위해서고요. 또 동명이인 후보자가 있을 경우 구분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대만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 연합뉴스
대만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 연합뉴스

투표 용지에 사진을 넣자는 주장은 국내에서도 나왔는데요. 총선 나흘 전인 지난 1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서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용지에 후보자 사진이나 정당 로고를 넣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선거 홍보 기간 중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로고 등을 통해 후보자를 인식하고 누구를 뽑을지 정한다고 해도 기표소에 들어가 글자로만 적혀있는 투표용지를 보면 자신이 뽑으려고 했던 후보자인지 정확하게 떠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후보자 사진이 함께 인쇄된 대만의 투표 용지를 언급하며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그림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곧 한국에서도 투표용지를 둘러싼 논의가 나올까요? 글쎄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후보자의 사진을 넣을 경우 인종을 나눠 투표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그림 투표용지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하네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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