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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세수 걱정, 적으면 효과 걱정… ‘자발적 기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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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세수 걱정, 적으면 효과 걱정… ‘자발적 기부’ 딜레마

입력
2020.04.24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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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기부자 세액 공제 혜택 방침 ‘하위 70% 지급 효과’ 기대 불구

기부 운동 동참 적을 땐 효과 미미 “국민적 선의에만 기댄 모험” 비판

소득 상위 30%가 모두 기부한다면 세수 감소분 4500억원에 달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이 긴급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주기로 하면서, 조건으로 제시한 ‘자발적 재난기금 기부 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자가 얼마나 기부에 참여할 지부터 미지수인데다, 기부에 많이 나설수록 그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으로 세금수입이 줄 수밖에 없어 재정 절약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기부 바람 기대”

23일 당정에 따르면, 자발적 재난기금 기부 방안은 4인가구 기준 10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우선 지급한 후, 고소득층에게는 이를 기부 형태로 다시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당정은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 재난 지원금을 기부할 경우, 기부 운동이 전국민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광범위하게 동참한다면, 당초 정부안인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재정만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하겠다고 표명하는 고소득층, 사회지도층이나 국민이 많아지고, 캠페인 바람까지 분다면 그만큼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부안과 당정 합의안
기존 정부안과 당정 합의안

◇‘현실성 있을까’ 고개 드는 우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예상보다 기부 운동 동참이 적을 경우 재정 절약 효과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확한 예측과 분석을 바탕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하는 정부가 ‘국민적 선의’에만 기대 모험을 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부에 참여할 지 불확실하다는 측면에서, 재정 절약 정책으로 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모두에게 지급하되 명확한 숫자 파악이 가능한 세금으로 이를 환수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설사 기부 참여 범위가 늘어도, 그 때는 반대로 세수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100만원을 기부하면 15%인 15만원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해 준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은 자신이 낼 세금에서 15만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소득상위 30% 전 가구가 약 3조원의 재난 지원금을 받고 이를 모두 기부한다면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경기 침체로 세수 감소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추가로 감수하기에 적지 않은 규모다.

저소득 계층에서 기부를 할 경우를 대비해 기부금 세액 공제가 아닌 환급형 세액 공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낮아도 기부 운동에 동참하는 분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들은 애초 세금을 안 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납부할 세금에 상관없이 기부하면 일정부분을 돌려주는 환급형 세액공제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에 이를 다시 기부 받아야 할지, 나눠주기 전에 의사 표현만으로 기부를 인정할 지에 대해서도 유권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가구 기준으로 지급되지만, 세액 공제 혜택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라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시행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계 법률을 검토해 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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