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사퇴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후 또 한번 현역 광역단체장이 성폭력 사건으로 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고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사건을 보며, 수준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고위 남성 공직자들의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을 다시 한번 개탄하게 된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도 본인은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성추행을 저지르는 수준 말이다. 게다가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성범죄를 “불필요한 신체 접촉”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가벼운 행위인 것처럼 포장하려 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피해자가 직접 나서 “회견문의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겠나.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사건은 이달 초 오 전 시장이 “업무상 호출”이라며 집무실로 피해자를 불렀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그 ‘5분’은 피해자에게는 인격이 말살되는 시간이었을 테고, 피해자는 지금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 여성 공무원이 사퇴 의사와 성추행 사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오 전 시장이 과연 정치적 책임까지 졌을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듯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총선 후 발표’로 사퇴 시점마저 조율했다면 더더욱 문제다.
오 전 시장은 과거 이미 사회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2018년 11월 부산시청과 산하 사업소 용역 노동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양 옆에 여성 직원들만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돼서다. 당시 자리 배치가 시장의 의도였든, 아니든 이를 질타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자성했다면 성추행 사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시 꿈틀대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피해자 신상 털기’는 당장 멈춰야 한다. 피해자의 대처를 두고 정치적 해석을 덧대려는 시도도 그만둬야 한다. 피해자는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응원과 지지다. 그래야 세간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성범죄 피해자가 숨어 지내고 가해자가 도리어 당당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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