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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정을 위한 교육, 교육을 위한 행정

입력
2020.04.24 04:30
수정
2020.04.24 08: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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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번 주에 초등 1~3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을 했다. 아이들이 두 달 넘게 학교에 오지 못하고 있지만 원격으로나마 수업은 시작됐다. 처음 겪는 일이라 우왕좌왕하고 시행착오도 많다. 지금까지 해오던 삶의 방식으로 풀어갈 수 없는 일들이 순간순간 다가온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말로 이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디 교육부뿐인가. 교육청도 학교도 가정도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며 당황할 때가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학생들은 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수업이 재미있다는 말까지 한다. 학생들이 느끼는 재미는 학습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연결에 의미를 둔 즉흥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두 달 넘게 학교에 오지 못하고 집에만 콕 박혀 있는데 온라인으로라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기쁨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 지나다 보면 그 재미는 연결을 넘어 학습에 대한 재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상황에도 학생들은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교육행정이 원격수업을 뒷받침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두고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출결도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취지를 살려 일주일 이내에 학습하면 출결로 인정한다고 했지만 일부 교육청은 매일 정해진 시간표대로 학습하도록 안내했다. 학년별 시간표도 교육부는 원격수업 기간에는 허용했지만 일부 교육청은 이마저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아닌 경우에도 결강과 보강을 원칙대로 따지기도 한다. 와이파이는 고사하고 웹캠과 마이크도 없는 교실이 태반인데 정해진 수업시간에 교사가 교실에서만 근무하도록 경직된 복무 지침을 요구한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물론 교육부, 교육청, 학교의 지침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차이가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는 것이니 지금까지 나도 줄곧 이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 교육 당국의 상이한 지침으로 현장에서 혼란을 겪을 때가 많다. 등교는 지역별 상황이 다르니 논외로 치더라도 원격수업을 감안하여 마련한 출결, 평가, 교육과정, 수업과 관련해서 교육부가 완화한 지침을 교육청이 역행할 때는 씁쓸하다. 교육자치 확대를 그 이유로 들 때는 의아하기까지 하다. 합심해서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해도 모자랄 판에 이 불협화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어긋난 행보의 일차적인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지방교육자치를 강화하기 위하여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청에 대폭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등한시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교육부가 꾸린 개학준비단에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데서 비롯된 정책 혼선도 컸다. 현장에 부합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라도 교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어찌 됐든 오늘의 상황이 교육자치 본연의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원격수업은 시작되었다. 원격(遠隔)이란 ‘시간적,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수업을 붙이면 원격수업에 대한 정의가 완성된다. 온라인 개학으로 맞닥뜨린 지금의 상황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교육행정은 원격(遠隔)이 아닌 원격(原格ㆍ본디의 격식, 제대로 어울리는 격식)을 따질 때가 많다.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우리들의 사고방식부터 원격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은 물론이고 격식마저 뛰어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근본적으로 교육행정의 패러다임을 행정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행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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