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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의 ‘소록도 천사’ “아사 위기 한센인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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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의 ‘소록도 천사’ “아사 위기 한센인 도와달라”

입력
2020.04.23 12:31
수정
2020.04.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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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오른쪽)씨가 지난해 11월 한센인 집단촌 시타날라의 마을회관 마당에서 한센인의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붕대로 싸고 있다.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최영미(오른쪽)씨가 지난해 11월 한센인 집단촌 시타날라의 마을회관 마당에서 한센인의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붕대로 싸고 있다.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슴바코(9가지 생필품)가 부족하게 됐습니다. 길이 폐쇄됐지만 약은 잘 받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선생님이 다시 활동할 수 있게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센인이 최영미(49)씨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다. 여러 명이 비슷한 메시지를 보냈다. 최씨 부부는 2017년 8월부터 인도네시아의 한센인 집단촌인 탕에랑(탕거랑)의 시타날라 마을에서 매달 두 차례씩 환부 소독 등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붕대며 연고며 약품은 대부분 자비로 충당했다. 지난해에는 한센인 자녀들을 위해 공부방도 열었다. 최씨 부부가 챙기는 한센인은 진료기록지상 899명으로 마을 전체 한센인 수(900여명)와 맞먹는다. 인도네시아의 ‘소록도 천사’라 불린다. (한국일보 2019년 11월 14일 19면 참조)

시타날라 마을회관 마당에서 간이 혈당 검사를 받고 있는 한 한센인.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시타날라 마을회관 마당에서 간이 혈당 검사를 받고 있는 한 한센인.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봉사는 끊긴 상태다. 최씨는 “한번도 멈추지 않았던 치료와 진료를 코로나19 때문에 할 수 없게 됐고 3월부터는 소독약품만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센인들은 상처 부위를 주기적으로 소독해주지 않으면 살이 썩어 들어간다.

무엇보다 한센인들은 매 끼니를 때울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일이 끊겨 공사장 막노동을 못하는 가장, 삯바느질로 먹고 사는데 그마저 일이 없어 아이들을 굶기는 엄마 등 대부분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최씨는 “손발이 불편해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지나다니는 차량이 현저히 줄어 더 이상 거리에 나갈 수 없고, 구걸하며 어렵게 키운 자녀들은 인근 상가나 식당이 문을 닫자 자동적으로 실업자가 됐다”고 전했다.

한센인 수펜디씨가 지난해 11월 시타날라 마을 자신의 집에서 아내 수하르티씨의 의족을 보여주고 있다.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한센인 수펜디씨가 지난해 11월 시타날라 마을 자신의 집에서 아내 수하르티씨의 의족을 보여주고 있다. 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은 최씨에게 생필품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빈민층에게 매달 60만루피아(4만8,000원)씩 석 달간 현금 지급과 슴바코 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이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 슴바코는 쌀, 옥수수, 우유, 계란, 설탕, 소금, 고기, 식용유, 등유 등 9가지 생필품을 가리킨다.

최씨는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약자 중에 약자인 한센인들이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최씨는 한센인에게 나눠줄 쌀과 라면 등을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현지 한인 소매업체 하나마켓에서 1,000만루피아(80만원)를 지원한 바 있다.

최씨는 “우리나라가 외국인 선교사의 헌신으로 한센병이 치유되고 한센인들의 삶이 변화한 것처럼, 함께 모은 우리의 작은 정성이 인도네시아 한센인들의 디딤돌로 쓰이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후원계좌: BCA 210 1317 368 CHOI YOUNG MI(인도네시아), 우리은행 1002 541 148581 최영미(한국)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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