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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부터 광복까지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손영옥 ‘미술시장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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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부터 광복까지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손영옥 ‘미술시장의 탄생’

입력
2020.04.23 13:57
수정
2020.04.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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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근대적 의미의 미술시장이 태동한 때는 언제일까. ‘미술시장의 탄생 – 광통교 서화사에서 백화점 갤러리까지’ 저자 손영옥은 예술 창작이 자본주의 체제의 상품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개항기를 근대 미술시장의 태동으로 본다. “자본주의를 속성으로 하는 근대 미술시장의 진전 여부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2차 시장의 진전 정도를 그 척도로 삼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사실상 시작된 을사늑약을 기점으로 고려청자 거래 욕구가 일거에 분출하듯, 1차 시장인 골동상점과 2차 시장인 고미술품 경매가 일본인의 주도로 동시에 출현하는 독특한 현상을 보였다.”

서구문물이 급속히 유입되던 개항기 국내에 들어온 서양인들이 자본주의적 욕망이 투영된 상품으로서의 미술에 처음 눈을 뜨게 해줬다면, 1905년 을사늑약으로 한반도의 주도권을 쥔 일본인들이 근대적인 미술시장의 형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고려청자가 최고의 문화재라는 인식을 퍼뜨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고려청자 장물아비’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고려청자 수집에 열을 올렸다. 저자는 “고려자기 수집 취미는 수요와 공급 논리에 의해 가격 상승을 불러왔고, 이는 경제력 격차에 따른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며 “1922년 설립된 미술품 경매회사인 경성미술구락부에서 고려청자는 경매에 나오기도 전에 다 팔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고려청자 수집 붐이 일면서 가격이 급등해 중산층이 소유하기 힘든 초고가 미술품이 됐다.

일제강점기 고려청자를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 문화재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게 조선백자였다. 저자는 조선백자를 ‘미술시장의 후발 수요자를 위해 만들어진 대체재’로 규정하고 “백자가 예술품이 된 것은 고려청자와 마찬가지로 예술품의 아우라가 입혀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은 개항기부터 광복 이전까지 근대적 형태의 미술시장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일간지 미술·문화재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손영옥 씨가 2015년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를 5년간 더 보완해 단행본으로 펴냈다. 손씨는 마흔 넘어 미술사 공부를 시작해 미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푸른역사. 424쪽. 2만7,900원

이슈365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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