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멈추면서 전세계 대기 질 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경제활동을 멈추면서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도심에서는 야생동물이 출현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수집한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전세계 곳곳에서 화석 연료 소비로 발생하는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북동부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프랑스 파리(-45%), 호주 시드니(-38%),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26%),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9%) 등 전세계 도시 곳곳에서 이산화질소가 크게 줄었다.
특히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과 인도의 대기질 개선이 두드러졌다.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는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을 육안으로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 히말라야 산맥은 100마일 이상 떨어져있다. 중국이 봉쇄 조치 이후 대기 질이 개선되면서 한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산화질소 농도가 낮아졌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생동물들이 도심에서 포착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도심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는 코요테가 거니는 모습이 발견됐다. 애리조나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돼지처럼 생긴 페커리가 모여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호주의 애들레이드에서는 경찰이 캥거루 한 마리가 텅 빈 시내를 뛰어다니는 영상을 공개했다. 인도에서는 배고픈 원숭이들이 가정집에 들어와 음식을 찾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듀크대의 환경보호 과학자인 스튜어드 핌은 “우리 인간이 아름다운 지구를 그동안 얼마나 엉망으로 망쳐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며 “야생동물은 항상 그 자리에 존재했지만 사람 근처에는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과학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탠퍼드우즈 환경연구소의 크리스 필드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생태학적 변화들을 평가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모았다. 필드 소장은 “우리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지구를 지치게 했다. 이제 지구의 반응을 볼 차례”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전세계 700만명에 이른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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