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자중지란에 빠져 있던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정비에 나선다. 22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의는 현역 의원과 당선인 140명의 의견을 수렴해 이렇게 가닥을 잡았다. 보수ᆞ진보 정당을 오가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신선함이 떨어지고 당내 반대가 적지 않지만, 통합당 내에 김 전 위원장만큼 혁신을 이끌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 앞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말 그대로 통합당은 밑바닥부터 쇄신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우선 김 전 위원장이 밝힌 대로 “잘못한 것은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잘못과 사과의 대상은 개별 의원들의 막말이나 폭력투쟁 전력 같은 것만이 아니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렬 수구 지지자와 결별하기를 바란다. 유권자 지형 자체가 진보 다수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 정당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중도층을 아우르는 보수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통합당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과제다. 낙선자가 많아 참신한 인물을 떠올리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인물은 당무를 맡고 비대위를 이끌면 키워질 것이다. 젊은 보수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고 영입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 계획도 필요하다. 이들이 원외 투쟁이 아닌 성실한 의정 활동과 원칙을 지키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맞부딪힐 현실적 난관은 계파 싸움을 제압하는 일이 될 것이다. 통합당은 그 전신의 역사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이미 7번의 비대위를 거쳤다. 스스로 대권주자로서 영향력이 컸던 박근혜 비대위를 제외하고는 많은 비대위가 계파 간 권력 다툼 사이에서 혁신을 실행할 추동력을 잃었다. 구심점 없는 백가쟁명의 당 분위기에서 비대위원장은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의원이 심재철 당 대표 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영입은 월권”이라고 항의한 것이 한 예다. 저마다 잇속 차리기에 급급한 정당이라면 비대위는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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