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술인력 교체를 위해 22일 전세기가 투입된다. 중국이 지난달 공무 외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이후 ‘특별 입국’ 형식으로 한달 만에 하늘 길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한중 관계를 풀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삼성 시안 공장에 파견할 300명에 가까운 기술진이 이날 중국국제항공 편으로 입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다. 2018년 3월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난 3월에는 2공장을 가동하는 등 지속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해왔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해외 유입 감염을 우려하며 빗장을 걸었던 중국이 처음으로 허가한 대규모 입국 사례다. 앞서 중국 외교부와 이민관리국이 지난달 26일 밤 “기존에 유효한 비자와 거류허가를 가진 외국인도 28일 0시부터는 입국할 수 없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외교와 공무 비자 소지자는 기존대로 입국이 가능하고 경제무역, 과학기술 활동, 기타 인도주의적 사유 등으로 중국 방문이 필요한 이들은 각국의 중국 공관에 별도 비자 신청을 해야 한다는 예외조항을 달긴 했지만 일반인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국은 각국과 연결하는 하늘 길도 차단했다. 민항국은 29일 0시부터 중국과 해외 항공사를 막론하고 일주일에 단 1편의 여객기만 중국을 오갈 수 있도록 노선을 대폭 줄였다. 당초 인천과 시안을 오가는 아시아나 항공 노선이 있었지만, 중국의 방침에 따라 아시아나가 노선을 상하이로 돌리면서 이날 삼성 직원들은 중국 항공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입국한 기술진도 먼저 14일간 격리를 거친 뒤에야 생산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중 양국 정부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기업인들이 상대국에 입국할 경우 격리를 면제하는 ‘패스트트랙(신속 통로)’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지난 20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양국이 그린 레인이라 불리는 패스트트랙 조치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있어 곧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외에 LG디스플레이도 광저우 OLED 공장 기술진 교체를 위한 전세기 투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양국 기업인 입국 패스트트랙 제도에 대해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우호적인 두 이웃 국가가 글로벌 전염병 유행 속에서 역내 회복을 촉진하고 둔화한 세계 경제에 탄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국가들과 비즈니스와 기술 분야의 긴급한 필요가 있는 인원을 왕래하기 위한 제도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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