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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막지 못한 ‘한국 사위’의 코리아 사랑

입력
2020.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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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 진단키트를 확보했나 

2015년 취임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사상 처음으로 김치냉장고가 입성했다. 관저 주방에 놓인 김치냉장고 앞에서 주지사 부인으로 한국계 첫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호건 여사와 주방장이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연합뉴스
2015년 취임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사상 처음으로 김치냉장고가 입성했다. 관저 주방에 놓인 김치냉장고 앞에서 주지사 부인으로 한국계 첫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호건 여사와 주방장이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한국산 진단키트를 확보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코로나19 진단키트 확보를 위한 작전이 결실을 거둔 건데요. 이번 진단키트 공수를 위한 작전명은 ‘오래가는 우정’(Operation Enduring Friendship)이었다고 합니다.

한국과의 우정을 강조한 이 작전명에는 한미동맹을 넘어 코로나19에 함께 맞서자는 의미가 담겨있는데요.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와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살펴보면 그가 왜 이런 작전명을 붙였는지 이해가 됩니다.

호건 주지사는 진단키트가 도착한 18일(현지시간) 브리핑을 갖고 지난 2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한국 사위’로 부른 것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호건 주지사는 “그날 밤 문 대통령이 나를 그렇게 부를 때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단키트 확보, 내 아내 덕” 

지난 18일 한국에서 구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 물량 도착을 맞으러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나간 래리 호건(오른쪽) 미 메릴랜드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지사 트위터 캡처.
지난 18일 한국에서 구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 물량 도착을 맞으러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나간 래리 호건(오른쪽) 미 메릴랜드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지사 트위터 캡처.

호건 주지사는 이번 작전 챔피언이라며 아내인 유미 호건(한국명 김유미) 여사에게 공을 돌렸는데요. 호건 주지사는 진단키트 공수 과정에서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호건 여사가 동참할 것을 요청했고, 여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메릴랜드주가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산 진단키트를 원하는 만큼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메릴랜드주는 진단키트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호건 주지사가 공식석상에서 “챔피언”이라며 아내를 치켜 세운 건 진단키트 확보에 있어 호건 여사의 공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죠.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요? 호건 주지사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트럼프 대통령도 막지 못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진단키트를 사들여 연방정부의 검사능력 확대 노력을 퇴색시킨다며 연일 강하게 비판하자,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검사능력이 충분하다는 트럼프 주장은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반박했습니다.

호건 여사는 한국계 이민자입니다. 호건 주지사가 한국 사위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전남 나주 출신인 호건 여사는 만 19세이던 197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는 호건 주지사를 만나기 전, 이혼 후 세 딸을 홀로 키우던 ‘싱글맘’이기도 했는데요. 동양화가로 활동하며 메릴랜드 미대(MICA) 교수로 일하던 호건 여사는 2000년 자신의 전시회에서 호건 주지사를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2004년 결혼했고 호건 여사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주지사 부인이 됐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2014년 11월 치러진 선거에서 메릴랜드 주지사로 당선됐는데요. 출마 전 그는 한인 모임에 나가 “나는 한국의 사위”라며 한인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습니다. 호건 주지사의 당선에는 한인들 표도 많은 도움이 됐는데, 호건 여사는 “남편의 당선에 한국인들 지지가 큰 보탬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1월 열린 호건 주지사 취임식에서도 한국인 성악가 이광규씨가 미국 국가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치냉장고 주지사 관저에 가져간 ‘한국의 딸’ 

2017년 방한해 김정숙(왼쪽) 여사 접견한 유미 호건 여사. 청와대 제공
2017년 방한해 김정숙(왼쪽) 여사 접견한 유미 호건 여사. 청와대 제공

호건 주지사 당선 이후 또 화제가 된 게 있는데요. 바로 한국산 김치냉장고입니다. 호건 여사는 남편 당선 이후 메릴랜드 지역 신문 볼티모어선과 인터뷰에서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처음으로 김치냉장고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2015년 실제로 주지사 관저에 미국 최초로 김치냉장고가 입성했습니다. 사택에 있던 김치냉장고를 관저로 가져간 호건 여사는 김치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밝혔죠. 호건 주지사는 닭볶음탕, 김치찌개 등 매운 한식도 아주 잘 먹는다고 합니다. 역시 ‘한국 사위’라고 할 만합니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한국과 다양한 교류도 이어갔는데요. 2017년 9월 호건 여사는 메릴랜드주 경제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해 김정숙 여사를 접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 여사는 메릴랜드주가 미국 주정부 중 최초로 ‘미주 한인의 날’을 선포하는 등 주 차원에서 양국 교류와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같은 해 호건 여사는 미술 발전 및 예술 교육에 기여하고 한국 문화를 전도하는 데 앞장선 공로로 건국대에서 명예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는데요. 당시 여사는 자신이 ‘대한민국의 딸’임을 강조했습니다. 호건 여사는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이민 간 지 수십 년이 됐지만,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세대에게 한국 문화를 교육하고, 전파하지 않으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호건 여사의 마음이 남편인 호건 주지사에게도 전달됐을 테죠.

호건 주지사는 한국 사위에 걸맞게 태권도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2015년 한국 방문 당시 국기원으로부터 태권도 명예 9단증을 받기도 했죠. 이후 2016년 호건 주지사는 매년 4월 5일을 주 정부 차원에서 ‘태권도의 날’로 지정하고, 직접 격파 시범을 보이는 등 각별한 ‘태권도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자신의 별칭인 ‘한국 사위’처럼 진짜 ‘한국 사위’를 맞이하기도 했는데요. 2016년 9월 막내딸 줄리씨가 한인 2세와 결혼식을 올리며 진짜 한국 사위를 두게 된 겁니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 이쯤 되면 그에게 붙는 한국 사위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네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오른쪽)가 메릴랜드 주 애나폴리스의 주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권도의 날' 선포 기념식에 참석해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오른쪽)가 메릴랜드 주 애나폴리스의 주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권도의 날' 선포 기념식에 참석해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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