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여야와 정부 3자 간 책임 미루기 때문에 제때 지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2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7조6,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고위 당정 회의에서 민주당 공약인 전 국민 지급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여야가 증액을 합의하면 따르겠지만, 그게 아니면 정부안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야 모두 100% 지급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들어 정부와 미래통합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총선에서 ‘전 국민에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던 통합당은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을 수용할 수 없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대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국채 발행 없이 정부 예산 항목을 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동원하기로 한 정부안에 대해 수긍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야당이 정부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국채 발행 여력 등을 더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정부 입장은 타당하다. 총선 막판 100%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승리한 여당의 “선거 후 약속을 뒤집을 수 없다”는 처지도 이해된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은 명칭에서 드러나듯 복지 정책이 아니라 재난 정책이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것이라 적시 공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상을 70%로 할지, 전체로 할지에 대한 이견 때문에 하루를 버티기 힘든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이 한발씩 양보해 추경안 처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지급액을 80만원으로 낮추자는 여당 일부의 목소리는 타협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100% 지급에 동의하고, 여당은 지급액을 낮추면 공약도 지키고 재원도 일정 부분 아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타협안을 만들면 야당도 긍정적으로 검토ᆞ수용해 초대형 경제 위기 앞에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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