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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범죄 새 양형기준, ‘n번방’ 국민적 공분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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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범죄 새 양형기준, ‘n번방’ 국민적 공분 반영해야

입력
2020.04.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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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참석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참석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대법원이 관련 양형기준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은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의 양형기준을 논의했다. n번방 사건의 근본 배경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른 처벌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새 기준 마련은 때늦은 느낌마저 든다.

양형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으로 처벌받은 50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6건(12%)에 불과했다. 나머지 44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ㆍ수입ㆍ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된 해당 법령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판결이다. 이런 형량이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법원이라는 조직 특유의 보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변화에 둔감한 사법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준다.

대법원 양형위가 최근 해당 범죄 양형기준을 만들기 위해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사법부의 보수성이 드러난다. 설문조사에서 14세 여자 청소년의 성착취 영상 제작ㆍ판매ㆍ배포ㆍ소지 범죄에 대한 양형을 물었는데, 법정형보다 지나치게 낮은 양형기준만 보기로 제시한 것이다. 영리 목적 판매(법정형 10년 이하)나 배포(7년 이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 범죄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13명이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심의를 전면적으로 다시 해 달라”고 요청했을까 싶다.

대법원은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착취 영상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최근 검찰은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 전국 검찰에 하달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량을 정하는 주체가 아니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아무리 구형량을 높이고 구속수사를 해도 최종 선고는 법원이 한다. 대법원 양형위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 법원 내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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