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감염 폭발에 직면한 북미나 유럽에 비해 확진자ᆞ사망자 수 모두 현저히 낮지만 아프리카에서만 “향후 수백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예측이 없지 않다. 열악한 보건 환경, 부실한 의료 체계 등을 감안하면 해당 지역에 어떤 재난이 닥칠지 짐작하기 어렵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감염 확대가 심각한 정치ㆍ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한 이유다.
이런 때일수록 유엔과 WHO 등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과거 에이즈, 에볼라 확산 때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보다 심각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WHO는 중국 편향이라는 의혹까지 사며 비난이 쏟아졌는가 하면 미중 갈등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세계적 위기 속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강대국 미중은 자국 위기 수습에 급급한 데다,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말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으로 해외의 호평을 받은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발한 진단키트를 적극 수출한 데 이어 동맹국 미국과 이웃 일본 및 한국전쟁 참전국 등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는 국내도 여전히 5부제 배급 상황이니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진작에 줄서기가 사라졌고 약국 등 판매처에서는 물량이 남는 등 수급이 안정적이다. 향후 추가 감염 확산 등에 대비한 비축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힘 닿는 대로 해외 지원에 나서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무기력해 보이는 국제기구나 제 앞가림에다 서로 견제하기 바쁜 미중의 행태가 바뀌기 쉽지 않다면 이제까지 왜소했던 중견국의 외교 영향력이 앞으로 커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K방역’으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이런 중견국 외교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우선 국내 코로나 상황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우방국뿐만 아니라 방역에 취약한 개도국에 진단 키트, 방호복, 마스크 등 방역 물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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