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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브라질리아의 탄생(4.21)

입력
2020.04.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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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한 내륙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기루처럼 구축된 고원 신도시 브라질리아가 1960년 오늘 브라질 새 수도가 됐다. 위키피디아.
낙후한 내륙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기루처럼 구축된 고원 신도시 브라질리아가 1960년 오늘 브라질 새 수도가 됐다. 위키피디아.

브라질 정부가 1960년 4월 21일 내륙 고원의 신기루 같은 신도시 브라질리아(Brasilia)를 새 수도로 선포했다. 대서양 연안을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의 새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포르투갈 총독정부가 정한 당초 수도는 북부 대서양 도시 살바도르였다. 설탕 무역항이 필요해서였다. 18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카리브해 사탕수수가 경쟁력을 획득하고, 남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1763년 총독정부는 금광을 배후에 둔 남부 해안도시 리우데자네이루로 수도를 이전했다. 새 도로와 철도가 놓이면서 작은 항구 리우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하수도 등 급조된 수도의 사회간접시설은 열악했다. 산맥으로 막혀 도시를 넓히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1822년 독립 직후부터 수도 이전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부터 낙후돼 있던 내륙의 균형 발전 명분은, 리우의 토지ㆍ물류ㆍ산업 자본가 등 기득권층의 반발에 무산되기 일쑤였다. 1956년 ‘50년 진보를 5년 내에’라는 내륙 개발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민당 주셀리누 쿠비체크(1902~1976)는 취임 직후 유엔본부를 설계한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오스카르 니에메에르)를 주택도시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도시계획 전문가 루시오 코스타를 발탁해 내륙 신도시 건설 및 천도 계획을 본격화했다. 도시계획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리 재생 프로젝트’의 건축가 르 코로뷔지에의 철학, 즉 직선형 도로와 초고층 건물, 주거ᆞ상업ᆞ행정 지구단위 개발과 대규모 녹지공간의 분할 배치에 바탕을 둔 계획도시 브라질리아가 그렇게 조성됐다. 공사에 걸린 기간은 단 41개월이었다.

브라질리아는 현재 인구수 기준 브라질 4대 도시이자 유엔개발계획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 1위의 내륙 거점 도시가 됐고, 유네스코는 1987년 삼권광장(Plaza of Three Powers), 플라날토 궁전 등 멋진 공공건축물이 즐비한 브라질리아를 ‘가장 짧은 역사’를 지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도시는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축돼야 한다”며 브라질리아를 비판한 마셜 버만 같은 건축가도 있지만, 적어도 지역 균형을 원하는 정치인ㆍ행정가라면 우선 브라질리아를 보고, 강준만이 쓴 ‘지방은 식민지다’와 마강래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읽어야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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