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꼼수 대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증발시켜 버렸던 거대 양당이 선거 후에는 위성정당의 독자 원내 교섭단체화 방안을 놓고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원내 전략의 우위에 서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위성 교섭단체’ 꼼수까지 부리는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에는 선거 후 위성정당이 자연스럽게 모당에 흡수 통합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 기준(20석)에 조금 못 미치는 19석(미래한국당), 17석(더불어시민당)을 얻으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17일 더불어시민당 흡수 여부에 대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보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민의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으면 그것은 그냥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구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만큼, 양측의 눈치 작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의 꼼수 경쟁 2라운드는 위성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얻게 되면 원내 전략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당장 공수처장 추천권이 걸려 있다. 7명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가운데 2명은 야당 몫이다. 추천위원 6명이 동의해야 처장이 임명될 수 있는 구조라 미래통합당 몫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의 추천권을 어느 당이 가지느냐가 중요한데, 거대 양당 모두 위성 교섭단체를 거느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3석을 가진 열린민주당과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선거 과정에서 모당인 민주당이 “그런 자식을 둔 적 없다”고 할 정도로 거리 두기를 해온 만큼 명분이 떨어진다. 결국 위성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두 당 모두 의원 꿔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설령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의원 꿔주기는 총선 민심을 왜곡하는 명백한 꼼수이자 반칙이다.
위성정당 창당 비판이 거세자 21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약속했던 거대 양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위성 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배 부르고 등 따뜻해지니 국민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된다는 의미인가. 국민을 우롱하는 꼼수 정치도 정도껏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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