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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린뉴딜, 녹색성장과는 다르게 가자

입력
2020.04.18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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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재난기본소득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지인들과 몇 차례 얘기를 나눴다. 본인이 지원금을 반드시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니 신청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고, 받아서 더 보태서 기부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니 받아서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이 앞으로는 다시 겪지 않을 그런 사건이라면, 재난지원금 역시 한 차례의 일시적인 정책 처방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난은 점점 우리 일상의 한부분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기후 위기가 초래한 비상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뉴노멀 시대를 살아야 한다. 당장의 난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비상 상황 같지만, 사실은 점점 심각해질 기후 위기 비상사태의 한 단면일 뿐이다.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우리의 생활방식도, 인간관계와 직업도, 산업과 경제구조도, 세계의 질서도.

이제 출범할 21대 국회에서도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총선 공약에서 이미 관련한 여러 공약들이 등장했다. 특히 재난기본소득과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었다. 보수 야당조차 취약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여러 정당들이 온실가스 배출 없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뉴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1대 국회에서 그린뉴딜과 탄소제로사회를 주요한 의제로 다루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린뉴딜과 탄소제로사회의 비전이나 구상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미국과 유럽의 사례까지 볼 필요도 없다. 최근 그린뉴딜 정책으로 거론되는 내용들의 상당수는 MB정부시절의 녹색성장 정책에서 논의되었고 정부 계획에서 도입되었던 것들이다. 그때도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웠었고, 기본법을 제정했고, 녹색성장위원회를 포함한 거버넌스를 만들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억4,30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도 했다. 이때 만든 제도에 따라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떠들썩하게 내세웠던 녹색성장 정책의 결과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줄이겠다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었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었다. 대표적인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녹색성장의 대표 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매년 이자만 수천억 원을 지불해야 하는 빚으로 남아 있다. 한국형 그린뉴딜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그린뉴딜이 녹색성장과 무엇이 다르고, 녹색성장의 실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린워싱으로 비난받는 10년 전 녹색성장 정책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의 약속들을 왜 지키지 못했는지 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담론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법률도 제안되고, 많은 혁신적인 정책과 제도들이 논의될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전제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고 정권의 후반기라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답을 내놓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비전과 목표가 아니라 행동이고 시간이다. 총선의 그린뉴딜 공약들을 보면 기본법과 특별법을 얘기하고, 더 과감한 목표를 말하고 있지만 당장 집중해야 할 사업과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시류를 따라서 제시하는 정책이 아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보여 주었던 그런 역량과 행동이 필요하다. 어디에 사회적 자원을 집중해야 위기를 넘어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의 물길을 만들 수 있을지 답을 찾아 행동해야 한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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