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103석 확보에 그친 4ㆍ15 총선 결과는 충격적이다. 예상된 패배지만 여당과의 77석 격차는 의미가 무겁다. 민심은 제1 보수 정당으로서 통합당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통합당의 패인은 가깝게는 세월호 막말과 면죄부, 황교안 전 대표의 공천 뒤집기를 꼽을 수 있다. 평균적 상식을 가진 중도와 온건 보수를 질리게 만들어 수도권 접전 지역이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문제는 더 근본적인 데 있다. 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을 이뤘다지만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서 비전과 내용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유승민 의원이 주장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통합 원칙에 대해 친박 의원과 탄핵 주도 의원을 모두 배제하는 식으로 봉합했을 뿐, 탄핵된 집권당으로서의 책임을 성찰한 적이 없다. 성찰이 없으니 한 일이라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묻지마 반대’뿐이다. 코로나19 위기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선거법 개정 협상을 계속 거부하다 패스트트랙에 폭력 투쟁 전략을 택했다. 문제적 인물을 공천하고 뒤집고 막말을 낳은 것은 성찰도, 변화도 없는 보수 정당의 당연한 산물이었다.
황 전 대표는 15일 밤 패배를 인정하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엄중한 국민의 선택을 놓고 “나라가 잘못 간다”니, 아직도 그의 인식은 평균적 국민과 거리가 멀다. 그만이 아닐까 봐 걱정이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지적대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이 시대 상황을 잘못 인식해 변화하려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보수만 외친 것”이 패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통합당은 당을 해체할 각오로 보수의 새 길을 찾아야 한다. ‘대구ㆍ경북의 자민련’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합리적 보수의 지향점을 세워야 한다. 당장 당내 개혁을 추진할 구심점이 없는 만큼 적절한 비대위원장을 찾는 것이 재건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새 리더는 콘크리트 지지 지역만 바라보며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성원과 결별할 생각까지도 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당과 국회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천막 당사 같은 이벤트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 20대 국회 임기 동안 현안 처리에 협력하는 것도 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심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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