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개막전은 ‘외국인 투수 천하’ 였다. 2015년부터 시작된 10개 구단 체제에서 토종 선발투수가 개막전 중책을 꾸준히 맡은 건 국가대표 ‘원투 펀치’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ㆍ전 SK) 정도였다.
지난 5년간 토종 선발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시즌은 2016년으로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당시 삼성) 송은범(당시 한화)까지 4명이었다. 나머지 시즌은 2015년 1명(양현종), 2017년 0명, 2018년 1명(삼성 윤성환), 2019년 2명(양현종 김광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LG, 키움, 한화, 삼성, KT 등 5개 팀 외국인 투수들이 2주간 자가 격리를 한 뒤 뒤늦게 훈련을 시작해 개막전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개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5월초가 유력하다.
선발 투수는 불펜피칭, 라이브피칭, 실전 등판까지 단계별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실전은 소화 이닝과 투구 수를 보통 2이닝 30구부터 조금씩 늘려간다. 스프링캠프 종료 후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한 외국인 투수들은 이미 자체 청백전에서 5이닝을 소화할 몸 상태를 만들었지만 고국에 머물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들은 아직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자가 격리 후에야 불펜피칭을 시작했기 때문에 실전 등판은 21일 시작하는 팀간 교류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5월초 개막 시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의 등판이 힘들다고 봤다. 류 감독은 “5월 1일 개막한다면 외국인 투수들은 (등판이) 힘들지 않을까”라며 토종 선발을 준비시킬 계획을 드러냈다. 손혁 키움 감독 역시 “외국인 선수는 개막까지 5이닝 이상 던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토종 선발에 무게를 뒀다.
그나마 확실한 토종 선발이 있는 LG와 키움은 개막전 선발 투수를 두고 고민이 덜하다. LG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좌완 차우찬, 키움은 3년 연속 10승 투수 우완 최원태가 버티고 있다.
반면 KT와 삼성, 한화는 두 팀에 비해 무게감 있는 토종 선발이 부족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개막부터 외국인 투수에게 3~4이닝 정도를 맡긴 뒤 불펜진을 투입할 뜻을 내비쳤다. 한화와 삼성은 외국인 투수들의 준비가 늦어질 경우 3선발로 점 찍어 놓은 우완 장시환, 좌완 백정현을 ‘개막전 카드’로 만지작거릴 수 있다.
외국인 투수가 정상적으로 합류한 팀들은 양현종의 KIA를 제외하고 모두 개막전부터 용병 원투 펀치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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