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재미 있는’ 개표방송보다 ‘차분한’ 진행을 선택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및 개표 방송 시청률 대결에서 KBS는 1위를 차지했다. MBC는 여성 후보자 간의 대결을 표현한 문구가 여혐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저녁 뉴스를 중심으로 한 밤 시간대 시청률이 지상파 가운데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체면을 구겼다.
1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부터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인 KBS1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 국회의원 선거개표 방송'은 전국 기준 1~5부 3.4%, 11.7%, 10.5%, 9.6%, 6%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개표방송 가운데 시청률 1위다. 개표방송 도중 편성된 ‘9시뉴스’는 15.2%를 나타냈다.
KBS는 비교적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예측 조사와 개표 현황을 내보낸 반면, MBC와 SBS는 화려한 그래픽과 후보들의 합성 사진으로 보는 재미를 강조했다.
KBS는 국회 본회의장과 본회의장 앞 잔디밭 전체를 세트로 활용하는 초대형 개표방송 세트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국회 잔디밭에 마련한 유리 세트인 ‘K-큐브’에선 자사 시사 프로그램인 ‘정치합시다’의 출연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 여야 양쪽 진영의 관점에서 해설을 전해 집중도를 높였다.
KBS 실내 스튜디오에는 ‘듀얼 K-월’이라는 대형 세트를 마련해 개표 결과를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KBS는 이미지 합성 등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보다 데이터에 집중하도록 했고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다각적 분석을 전해 시청자를 붙잡았다는 평을 들었다.
SBS ‘2020 국민의 선택’은 1~5부 1.7%, 3.8%, 7.1%, 5.6%, 2.5%로 집계됐다. 중간에 편성된’'8뉴스’는 6.9%를 나타냈다.
MBC ‘선택 2020’은 ‘선거로운 생활 VOTE 로그’가 0.8%로 출발한 데 이어 1부 시청률이 4.9%로 뛰어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부에 해당하는 ‘선택 2020 특집 뉴스데스크’가 6.3%로 지상파 3사 저녁뉴스 중 최하위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3~5부도 6.9%, 5.3%, 2.5%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MBC는 서울 동작을 후보로 나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예측 득표율을 전하며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두 후보를 두고 여성 법관 출신 닮은꼴 매치라고 소개하며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2015년 MBC ‘띠동갑내기과외하기’ 촬영 당시 가수 예원과 배우 이태임 사이에 오갔던 것으로 알려진 발언을 가져와 두 후보의 대결을 여성 간 감정싸움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여성혐오 프레임을 썼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MBC는 이후 개표방송 도중 “서울 동작을의 개표 상황을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 여성 혐오성 표현이라는 일부 시청자분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의도는 전혀 아니었으나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종편 개표방송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 2020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1~3부 3.2%, 3.9%, 2.2%로 조사됐다. 자체 출구조사를 발표한 JTBC ‘총선 개표방송 2020 우리의 선택 물음표를 던지다’는 1~4부 1.0%, 1.7%, 2.5%, 1.6%를 기록했다. 중간에 방송된 ‘뉴스룸’은 2.4%였다.
채널A ‘진짜선택 2020’은 1~4부 1.7%, 1.6%, 1.1%, 1.1%로 나타났고 ‘특집 뉴스A’는 1.8%로 조사됐다. MBN ‘선택 2020’은 1~3부 1.7%, 2.1%, 2.0%로 집계됐고 ‘MBN 종합뉴스’는 2.0%를 기록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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