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현의 신일본, 신인류]일본의 코로나 사태 키운 아베 정부의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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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의 신일본, 신인류]일본의 코로나 사태 키운 아베 정부의 무능

입력
2020.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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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코로나19 키운 일본의 니힐리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 쓰고 있던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하루에만 241명 늘어나는 등 연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야, 코로나 말고 딴 거 없냐?”

이 연재를 잘 읽고 있다는 한국의 선배가 뜬금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일본은 지금 전무후무한 긴급사태 선언에다 매일 확진자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상황인데 무슨 소린가 했다. 간만에 선배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니 사전투표 인증샷과 모처럼 나온 김에 맥주 한잔 했다는 셀카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 뒤로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물론 한국에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특히 어렵다는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부러운 구석도 있다. 가게는 열고 있으니까. 일본은 5월 6일까지 술집, 카운터바, 클럽 등 수십 개 업종이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대중음식점마저 저녁 7시면 셔터를 내린다.

아베 신조 총리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강제가 아닌 ‘요청’이라고 하지만, 한때 직접 술집을 운영해 해 본 입장에서 이들의 ‘요청’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안다. 내 경험상 이 요청을 어기면 그 순간부터 경찰관과 보건소 사람들이 2~3일에 한번씩 찾아와 체크할 것이고, 아마 세무조사도 받을 덕이다. 거기에 더해 5월 7일부터는 그간 문 닫았던 주변 가게들의 ‘이지메’가 펼쳐지리라.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암묵적 ‘와(和ㆍ조화)’에서 벗어났다고 찍히면, 더불어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지난 글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2월초부터 근 두 달간 코로나19와 아베 총리 이야기만 썼다. 연재 제목은 ‘신일본, 신인류’라 달았는데 아베 총리를 비롯, 글의 주인공이었던 아소 다로, 스가 요시히데, 모리 요시로 등은 모조리 ‘구일본’을 상징하는 낡은 인물들 아니던가. 내가 독자라도 뭔가 다른 얘기 없나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것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늦장 대응 말이다. 한국보다 두 달 늦었다. 이제 파멸적 상황에 봉착한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도 한 달이나 늦었다. 그나마 위생관념이 철저하고, 마스크를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다른 나라 같은 큰 피해는 없겠지만.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에 벚꽃이 만개하자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구경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총리 부인도 벚꽃 구경, 연휴 때 감염 폭증 

다만 돌이켜보면 아쉬운 순간이 많다.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3월 19일이다. 일본에선 지금 1일 300명 이상의 감염자들이 생기는데, 역산하면 이들은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연휴기간에 감염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감염경로를 모른다. 불특정 다수에 의한 감염이란 얘기다. 실제 감염자들은 압도적으로 “전철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품고 있다. 20일부터 22일까지 도쿄 우에노 공원은 벚꽃구경을 하려는 10만명의 사람들로 꽉 찼다.

이들 대부분은 전철을 타고 오가면, 공원 근처의 대중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잘 아는 몇몇 가게에 물어보니 그 3일간의 매상이 올해 최고였다 한다. 밀폐된 만원전철, 10만명의 밀집, 빽빽하게 들어찬 식당, 이 모든 것이 한번에 작용한 것이다.

우에노뿐이랴. 신주쿠교엔, 요요기 공원, 하라주쿠, 시부야, 롯본기, 신바기 등 도쿄를 대표하는 중심가들이 다 그랬다. 도쿄뿐이랴.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등 주요 대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때문이기도 했다. 3월 2일 갑자기 전국 일제 휴교 요청이 내려졌다. 2주 정도 집안에 갇힌 아이들은 밖에 나가자고 졸라댔다. 설상가상으로 3월 14일 아베 총리는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국민 여러분 덕분에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부과학성은 휴교조치 철회를 각 지자체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란 소리는 아니었다고, 지금에 와서 딴 소리를 하지만 사실상 연휴를 즐겨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심지어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조차 연휴기간에 식사 모임과 벚꽃 구경을 즐겼다.

2일 일본 도쿄의 만개한 벚꽃 아래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전문가 경고 무시한 아베 

하지만 연휴 하루 전날인 3월 19일에 발표된 보고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전문가회의’가 발표한 19페이지짜리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상황의 분석 및 제언’을 보면 8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오늘 우리들이 검토한 이 감염증의 감염자 수 데이터는, 감염으로부터 발병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잠복기간과 발병 진단을 받아 '보고'까지 필요한 기간을 포함해 약 2주전의 신규감염 상황을 알아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딘가에서 무증상자에 의한 클러스터(환자집단)가 단속적으로 발생하며, 이것이 대규모 및 연쇄적으로, 즉 오버슈트(폭발적 환자급증)가 된다 하더라도 사전에 그러한 예후를 발견하기 힘들며,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제어하기가 힘들다. 오버슈트가 생겨난다면 유럽에서 보는 것과 같은 그 지역에서의 의료제공 체제는 붕괴상태가 될 것이며, 감염증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다른 환자들까지 구제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폭발적인 환자 급증이 생겨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나라들은 몇 주간 도시봉쇄를 하거나 강제적으로 외출금지를 하고 생필품 이외의 점포를 폐쇄하는 등 이른바 '락다운'으로 불리는 강경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문가회의는 무증상자의 감염 위험성, ‘락다운(봉쇄)’ 조치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월 16일 전문가회의를 만든 뒤 이 회의의 견해에 따르겠다고 수 차례 공언했다. 국회에서 발언할 때도 전문가회의가 낸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렇다면 19일 보고서에서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왜 20일부터 22일까지의 연휴기간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이상한 태도는 연휴가 끝나고도 며칠이나 이어진다. 25일 둘째의 초등학교 졸업식도, 그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공포가 팽배하던 지난 3월에도 일본의 일상은 유지됐다.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학교 실내체육관에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박철현 제공

 ◇국민 코미디언 죽고 나서야 심각성 깨달은 일본 

그날 아침부터 둘째는 치마저고리를 꺼내 입고, 갖가지 꽃 장식을 가슴에 달아보며 들떠 있었다. 일본 초등학교 졸업식에, 2년전 자기 언니에 이어 다시 한복을 입고 참석하다니. 아빠로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다. 아무리 규모를 축소했다 한들 조그만 실내체육관에 200명이 모이는 행사니까.

졸업식이 끝나고 기념 사진도 찍고 모처럼 외식을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근 다른 초등학교도 졸업식을 한 것 같다. 유치원 친구였지만 헤어졌던 친구와 만나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솔직히 그 순간 코로나19는 잊었다.

일본 도쿄도가 주말 외출 자제를 처음 요청한 3월 28일 도쿄의 심장부인 긴자거리가 한산하다. 도쿄=연합뉴스

하지만 집에 와 TV를 켜자 속보가 나왔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폭발적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이 극도의 중증환자라더니 29일 결국 숨졌다. 사회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외출을 자제하기 시작하더니, 지금 일하는 아사쿠사 현장 근처는 셔터를 내린 가게들만 늘고 있다. 4월에 들어 확진자는, 고이케 도지사 말처럼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 중 대대수는 앞서 말한 3월 20일~22일에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이 가운데 무증상자들은 지금도 계속 옮기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웃겼다. 긴급사태 선언이 나오던 날, 둘째 입학식은 예정대로 열린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일본사회 특유의 니힐리즘이 떠올랐다. 분노가 사라져버린 사회의 슬픈 초상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저지른 그간의 실수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4월 7일 비상사태선언을 했다.


 박철현 작가는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200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저널리스트를 비롯해 게임플래너, 술집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다 현재는 인테리어 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네 명의 아이를 뒀다. 일본 생활 이야기를 담은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같은 에세이를 냈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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