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4월 20일이 미국 마리화나 마니아들이 축일(祝日)처럼 여기는 ‘마리화나의 날’이고, 왜 굳이 4월 20일인지 그 사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여러 설이 있지만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 산라파엘 고교 학생 일부가 매일 방과 후인 오후 4시20분에 모여 자신들의 ‘보물’인 야생 마리화나 밭을 찾아 다니며 마리화나를 피운 게 암호 같은 은어로 정착됐다는 이야기. 당시 캘리포니아는 히피 문화의 거점이었고, 마리화나는 청년들의 시대정신이기도 했던 반권위ㆍ반문화의 상징이었다.
근년의 마리화나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알래스카 콜로라도 일리노이 등 11개 주와 콜롬비아 특별구, 해외 영토인 괌, 북마리아나 등이 기호용 마리화나까지 합법화했고, 코네티컷과 델라웨어 등 15개 주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연방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주법을 개정해 기소 및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33개 주는 의사 처방을 받은 의료용 마리화나에 한해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아이다호와 네브라스카, 사우스다코다는 전면 불법이지만, 마리화나를 소지한 양과 전과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다르긴 해도 대체로 경미하다. 남미 우루과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고, 이웃 캐나다도 지난해부터 그 대열에 동참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가 2016년 4월 20일, 천연 대마를 특수 가공해 만든 ‘Happy 420’ 운동화를 출시한 건, 사실상 마리화나 합법화 캠페인이었다. 신발 홍보가 곧 마리화나에 대한 예찬이었기 때문이다. 신발 뒤꿈치 쪽은 초록색 스웨이드를 덧대 마리화나 잎을 형상화했고, 발등을 덮는 혀 뒷면에는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전을 인쇄했다. 혀는 이중으로 제작돼 살짝 벌리면 소량의 마리화나를 보관할 수 있는 특수기능까지 장착했다. 통상 아디다스 로고인 삼선이 놓이는 신발 중앙에는 ‘해피 드럭(happy drug)’ 마리화나를 상징하는 스마일 로고가 새겨졌다. 대형 신발 유통체인 BAIT와 협업으로 출시된 한정판 ‘happy 420’은 사전 신청과 추첨을 통해 120달러에 팔렸다.
마리화나는 담배의 니코틴보다 중독성과 신체에 미치는 해악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고, 만성 통증과 우울증 개선 등 의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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