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4월 20일
4월 20일은 완곡하게는 ‘반문화의 날’이고, 정직하게는 ‘마리화나의 날’이다. 마리화나 흡연자들이 한 날 한 시(이날 오후 4시 20분)에 한 데 모여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묵묵히 마리화나를 피운 뒤 제 갈 길 가는 날. 그 무언의 약속이 미국서 시작돼 북미 전역으로, 태평양 건너 뉴질랜드까지 확산됐다.
‘420’이 어떻게 마리화나를 상징하게 됐는지, ‘420 데이’의 기원이 뭔지 설(說)이 분분하다. 위키피디아와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 등에 따르면, 마리화나의 화학성분이 모두 420종이라는 것도 있고, “Everybody must get stoned”라는 가사가 삽입된 밥 딜런의 노래 ‘Rainy Day Woman 12#35’의 숫자를 곱한 숫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60년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고속도로변에 야생 마리화나가 지천이었는데 72년 도로 명이 ‘하이웨이 420’으로 바뀐 뒤로 특별해졌다는 말도 있고, 근거 없는 얘기로 판명 났지만 한때는 캘리포니아 마약단속반의 마리화나 코드명이었다는 설도 있었다.
가장 그럴듯한 건 캘리포니아 산라파엘 고교 학생 몇몇에게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담장 곁에서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해서 ‘왈도(Waldos)’로 통하던 그들은 1971년 가을, 우연히 바닷가 어딘가에 마리화나 밭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솔깃해진 그들은 방과 후 매일 오후 4시 20분에 교정의 파르퇴르 동상 앞에서 모여 ‘보물 찾기’에 나섰고, 풀숲을 헤매는 동안 내내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것. 그들 사이에서 420의 숫자는 그들끼리만 통하는 보물 찾기의 약속으로, 점차 마리화나 (흡연)의 시간, ‘하이(High)’에 이르는 시간의 은어처럼 쓰이게 됐다고 한다.
‘420’이 북미 대륙으로 급속히 전파된 건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 무렵 캘리포니아 마린카운티에 터를 잡고 활동하던 밴드 멤버들이 우연찮은 계기로 지척의 저 420 청년들과 가까워지게 됐고, 그 은어가 자연스럽게 전파됐다는 것. 70년대 마리화나 전문지 ‘HighTimes’의 한 기자가 왈도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했다고 한다.
마리화나가 합법화하기 이전 긴 세월 동안, 어쩌면 지금도, 420이란 숫자를 연인의 생일만큼 중하게 여기던 이들이 있었다, 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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