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등 혐의 징역 3년 6월
임신중절수술 도중 살아서 울음을 터뜨린 아기를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김선희)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윤모(65)씨에게 징역 3년 6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인 윤씨는 지난해 3월 미성년 임신부의 어머니에게 2,800만원을 받고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했다. 16세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온 태아는 살아나 울음을 터뜨렸지만 윤씨는 의도적으로 숨지게 했다. 이외에 윤씨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낙태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에게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임신 34주에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태아가 살아서 나올 것임을 예견하고도 수술을 감행했고, 실제로 살아 나왔는데도 숨지게 해 범행에 대한 비난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로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가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이를 감추려 간호조무사 등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 사건처럼 윤씨가 임신 22주 이상인 태아를 수차례 낙태해온 점도 고려했다. 임신 22주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독자적 생존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그 전까지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를 임신 시기와 상관 없이 전면 금지한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제시한 기준이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 시 당장 생길 법적 공백을 우려해 법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윤씨 측이 이 같은 헌재 결정에 따라 임신부 등의 부탁을 받고 한 임신중절수술(업무상 촉탁 낙태)에 대해선 무죄라고 주장한 것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올해 연말)이 경과하지 않아 낙태죄 효력이 여전하고 ‘임신 22주의 기간이 넘는 낙태는 처벌할 수 있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모가 미성년자이고, 모친이 ‘강간당해 딸이 임신했다’며 낙태를 요구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출생한 지 얼마 안 된 미숙아라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하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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