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112신고 가장 많은 홍대 인근 지구대 건수 20% 감소 
 재택 불구 가정폭력도 줄고 민간 보안업체 출동까지 감소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활짝 피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전면 통제되며 텅 빈 도로 위로는 자원봉사자들만 오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클럽 거리는 몇몇 ‘포차’ 주위에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을 뿐 대체로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젊은이의 성지’로 통하던 홍대의 밤거리 풍경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전국에서 112신고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지구대 중 하나인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도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이 지구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112신고 건수가 2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사건사고 신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가정불화가 늘어났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가정폭력 신고도 소폭이긴 하지만 줄었다. 이 같은 뜻밖의 ‘범죄 거리두기’ 현상은 정부가 코로나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 2월 23일 이후 두드러졌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심각 단계 전인 2월 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112신고 는 98만307건이다. 1년 전 같은 기간(95만1,557건)보다 2만8,750건 증가했다. 하지만 심각으로 격상된 23일부터 28일까지 접수된 신고는 25만3,531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8만5,473건)에 비해 11%(3만1,942건) 감소했다.

민간 보안업체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KT텔레캅이 2월 첫째 주부터 3월 셋째 주까지 출동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이 기간 전체 출동건수는 1년 전보다 15%, 출동 뒤 확인한 사건사고 건수는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 단계로 들어선 2월 마지막 주만 따지면 출동건수는 22%나 줄었다. 옥승주 KT텔레캅 출동서비스 팀장은 “1분기는 겨울 휴가와 봄 나들이 등으로 출동과 사건사고가 증가하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외출 대신 집에 있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사건사고가 줄어든 걸 체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다 감염 우려로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면서 갈등이 폭발할 요인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많은 음식점과 술집 등이 문을 닫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음주로 인한 강제추행과 폭행 시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남편들의 집안 생활로 이혼 등 가정불화가 증가했다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가정폭력이 되레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 전국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1만7,617건으로, 1월(1만9,576건)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2월(1만9,214건)과 비교해도 약 1,600건이 감소했다.

일부에선 “어려울 때일수록 의지할 건 가족뿐”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지역별로 온도차도 느껴진다. 서울 강북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전국 통계는 줄었다는데 우리 관내는 집에서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둘렀다는 신고가 더 들어온다”며 “저소득층은 당장 생계가 끊기는 등 코로나의 충격을 더 복합적으로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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