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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날 1교시부터 EBS 먹통… 일부 학생 학원서 수강 ‘거리두기’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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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날 1교시부터 EBS 먹통… 일부 학생 학원서 수강 ‘거리두기’ 무색

입력
2020.04.09 18:14
수정
2020.04.09 23: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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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ᆞ고3 원격수업 첫날 EBS 온라인클래스 75분 접속불량

‘원격수업 학생 관리’ 학원 등장에 교육부 “불법, 단속할 것”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는 바깥에 있구나?”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3학년 5반 1교시 심리학 수업.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해 수업 시작 전 출석 확인을 하던 이경주 교사가 말했다. 이 학생이 이동 중인 모습은 화면으로 급우들에게 ‘생중계’ 됐다. 같은 시각, 3학년 1반에서는 사회문화 수업이 한창이었다. EBS온라인 클래스에 사전 제작, 탑재한 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텅 빈 교실에 영상 속 담당 교사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최성희 서울여고 교감은 “학생이 수업을 듣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교사도 교무실 등 편한 장소에서 학생 학습 관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9일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95만여명이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학생도 교사도 ‘가보지 않은 길’인 원격수업 첫 날, 교실에서는 기존과 180도 다른 낯선 풍경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동하며 수업을 듣기도 했고, 미리 수업 자료를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한 교사는 수업 시간에 반드시 교단에 서 있지 않아도 됐다. 학생과 교사 모두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16일 중ㆍ고교 1ㆍ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 초등 1~3학년도 이런 방식의 ‘온라인 개학’을 맞는다.

정부는 이날부터 학생들의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현장 지원 상황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시도 및 관계기관 상황 모니터링반 △실무 비상대응반을 나눠 운영하고 17개 시도교육청은 원격수업 긴급 상황실, 콜센터 등 현장 지원단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서울 경기 대구 등 10개 시도교육청이 중3과 고3 신청 학생 1만5,712명에게, 부산 인천 등 7개 교육청이 중고생 2만2,548명 전원에게 스마트 기기 대여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해 원격수업이 종료하면 자료를 파기하는 등의 전제로 학교의 저작물 이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ㆍ전남ㆍ대구ㆍ세종ㆍ제주ㆍ경북ㆍ광주 등 6개 시도교육청이 집계한 학생 출석률은 오전 기준 98~99.5%였다.

전국 중3·고3이 온라인 개학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실시간 쌍방향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국 중3·고3이 온라인 개학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실시간 쌍방향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온라인 개학날, 전국 곳곳에서 사고와 구설이 속출하며 원격수업을 전면 시행하기에는 미흡한 점도 여럿 눈에 띄었다.

가장 많은 학교가 사용하는 EBS 온라인클래스 중학교용 사이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 사이 접속 시스템에 일부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1시간 15분 동안 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을 못 하거나 접속이 몇 분 동안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직접 나서 “시스템 내부 구성을 변경해 서비스를 정상화했다”며 “문제가 생긴 장치를 제거한 후 해결됐으며, 이런 상황은 이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6일 전국 초중고 원격수업을 대비해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의 최대 접속자가 각각 300만명까지 가능하도록 서버 기능을 증설했지만, 개학을 맞은 95만명 중 이날 최대 접속자 수가 39만명에 불과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했다. 16일 초등 4~6학년과 나머지 중고생 등 400만명이 한꺼번에 온라인 개학을 맞으면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지역, 학교, 가정환경에 따른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 또한 원격수업이 보완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 서울 숭문중 윤석준 교사는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기간 각 가정에서 학습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온라인 개학 기간, 직접 학습지원을 해줄 수 없는 학부모들을 겨냥해 원격수업을 관리 감독해주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교육부는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학원을 유흥업소·종교시설처럼 ‘운영 제한 업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전국의 모든 학원이 방역 지침을 어길 경우 폐쇄 조처 등 행정명령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보됐던 불법 사교육 근절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방역점검과 병행하겠다”며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듣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하며 역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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