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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축구장, 전시회장… 각국 임시 병상 만들기 사투

입력
2020.04.09 2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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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진 확충이 우선” 지적도 

구호단체 ‘사마리안의 지갑’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뉴욕 센트럴파크에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할 야전 병원을 준비 중에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구호단체 ‘사마리안의 지갑’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뉴욕 센트럴파크에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할 야전 병원을 준비 중에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세계 각국은 지금 ‘병상’을 확보하느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을 치료할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환자들을 격리ㆍ분산할 병상이 많을수록 감염병 확산세를 억누를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 있다.

각국의 병상 확보 노력은 눈물겹다. 박람회장부터 축구장 아파트 공원 등 인원을 대규모로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죄다 임시 병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기차를 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라제시 바즈파이 인도 철도국 대변인은 9일 영국 BBC방송에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철도를 활용한 병상 확보를 시작했다”며 “이미 열차 5,000량을 4만개의 병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수도 자카르타의 아시안게임 선수촌아파트를 2만4,000여명 수용 가능한 임시 병상으로 개조했고, 과거 베트남 난민들이 들어와 살던 싱가포르 인근 갈랑 섬에도 응급 병원을 만들었다.

선진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달 31일부터 랜드마크인 센트럴파크에 68개 규모의 임시 병상을 차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 중이다. 영국도 전시회장으로 쓰이던 엑셀센터를 개조해 병상 4,000개를 구비할 계획이다.

병상 구하기 사투는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발병 초기에는 진단ㆍ검사가 중요했지만, 이제 어느 나라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만큼 사태 악화를 피하려면 비감염자와의 분리 환경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파 속도가 빠른 코로나19 특성상 전용 병상 확보는 확산세 진정 여부를 가르는 성패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인 인구 1,000명당 12.3개의 병상을 갖추고도 경증환자를 임시 시설에 격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위중한 환자에게 먼저 병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해 병상 부족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며 한국의 대처를 높이 평가했다.

병상이 많아지면 코로나19 2차 감염의 진원이 되고 있는 ‘지역감염’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 BBC는 “병상 부족으로 자가격리 조치되는 환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인구가 밀집된 빈민가의 경우 자가격리 효과가 적어 임시 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병상 확보는 후순위 전략일 뿐, 양질의 의료진 확충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은퇴한 의료진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환자들을 떼어 놔도 질병을 고치고 관리할 전문가가 없다면 감염병 종식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원(LSHTM) 교수는 저서에서 “병상이 침대를 넘어 의료용품이 되려면 숙달된 전문 인력 등 인프라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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