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줄어 연체 우려가 있는 개인 채무자들에게 금융권 채무의 원금 상환을 최장 1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현장집회를 중단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종교시설은 3개월 이상 대출 만기가 연장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관련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ㆍ중소기업에 대한 원금 상환 유예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가계 대출 관련해서도 유사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개인 채무자(단일 채무자)에게 ‘프리워크아웃’을 적용하기로 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 직전이거나, 대출 원리금을 못 갚은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사람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걸 방지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올해 2월 이후 무급 휴직 등으로 월 소득이 줄어, 가계 생계비 등을 빼면 소득이 월 채무 상환액보다 적은 경우다. 대상에 해당하면 신용대출 또는 보증부 정책서민금융대출(햇살론ㆍ바꿔드림론 등)의 원금 상환 유예가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다만 이자에 대한 상환 유예나 감면은 없다.
여러 금융사에 빚을 진 경우(다중 채무자)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올해 2월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들어 신용 대출을 갚기 어려운 다중 채무자가 지원 대상이다.
이런 다중 채무자가 3개월 미만의 단기 연체자인 경우엔 최장 1년 원금 상환을 유예해준다.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로 이어지면 원금을 최대 70%로 깎아주고 이자를 면제해준다. 나머지 원금은 최장 10년 동안 장기분할상환을 하게 된다. 이 제도는 이달 말부터 시행되며 전체 금융기관은 물론, 주요 대부업체(약 1,500곳)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개별 금융회사나 신용회복위 차원에서 감당이 어려운 연체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2조원 규모의 빚을 사들이기로 했다. 캠코가 사들인 채권의 채무자에 대해서는 추심이 유보된다.
금융위와 은행연합회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는 종교시설에 일시 또는 분할 등 상환방식에 상관없이 신청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 만기가 연장되며, 원리금 상환유예도 가능하다. 주말 종교시설이 예배를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긴급 조치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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