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비해 교통량 70% 회복
“방역 안 끝났다” 긴장감은 여전
“도로에서 차량들이 서로 비키라고 빵빵대는 소리가 반갑던데요.”
이광호 중국 우한 총영사관 부총영사는 지난 1월 23일 이후 76일만에 도시 봉쇄가 풀린 8일 아침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버스와 지하철에 이어 이날부터 택시 운행도 재개됐다. 이 부총영사는 “어제까지는 배달 주문한 식료품을 아파트 단지 창살너머로 받았는데 이젠 마트에라도 갈 수 있게 돼 심리적인 답답함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봉쇄 이전과 비교해 우한의 교통량은 60~70%, 행인은 30~40%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날 하루 기차 276편이 상하이ㆍ선전 등 중국 전역으로 5만5,000명을 실어날랐다. 다만 방역을 위해 보유 객차의 30%만 투입됐다. 차량 이동까지 포함하면 최소 6만5,000명 이상이 우한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외지로 향하는 길목이 북적댄 것과 달리 남아있는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여전히 움츠린 모습이다.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객도 드물었다. 시정부는 매일 3차례 시민들에게 “봉쇄가 풀렸지만 방역은 아직 풀린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긴장감이 지속되자 외지인과 특히 외국인에 대한 시선도 싸늘해졌다. 우한의 신규 확진자가 사실상 ‘0’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 출신들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짙다. 일부 아파트에선 단지 밖으로 나가려는 주민과 관리위원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한에는 70여명의 우리 교민이 머물고 있다. 한 교민은 “단지 출입 문제로 공연히 이웃들과 충돌하지 않으려 조심한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이날 코로나19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각각 62명, 137명 늘었다. 발원지 우한의 봉쇄가 해제된 날 199명이 새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어서 감염 확산 우려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우한시민 자오(趙)씨는 관영 환구시보에 “우한이 광저우나 상하이보다 더 안전해 도시 밖으로 빠져나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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