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낙선 대비…미 민주당 후보와 사전 조율 필요성도

‘주한미군 한국 노동자 무급휴직 철회하라’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요구 및 한국 노동자 무급휴직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미국 전문가 그룹에서 제기됐다. 방위비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예상보다 더 완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 정권 교체에 대비해 민주당과의 협상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8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양측이 각자 다른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협상 교착 국면이 그대로라는 점을 방증한다”면서 “협상 결과가 국내 선거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4.15 총선 이후 본격적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측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최악의 경우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내년까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미국 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협상 타결의 변수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가 양보할 조짐은 현재로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전화 통화를 하고,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측의 별도 요청에 따라 이뤄진 협의였으나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협상 채널인 외교부-국무부 라인과 별도로 양국 국방부 장관 간 협의가 열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세이모어 조정관은 “미국은 한국의 외교부보다는 (방위 문제 당사자인) 국방부가 협상 타결에 다급해할 것으로 여긴 듯하다”고 해석했다. 한미 간 국방 당국 간 별도 협의 채널을 활용할 정도로 미국의 입장이 완강하다는 뜻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민주당과 비공식 협의를 해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민주당 후보 측과 협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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