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에 국민 혈세 쓰나” 시장서 영향력 발휘할지 의문도
군산 ‘배달의 명수’ 2만명 가입… 경기도ㆍ창원시 등도 개발 추진
‘음식 배달이 공공서비스의 영역인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의 요금제 개편을 놓고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공공배달앱 개발 추진 계획을 내놓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음식 배달을 공공의 복지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발상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음식 배달앱 서비스는 사회적 영역보다는 시장에서 다뤄져야 하는 이슈”라며 “지자체가 배달앱 개발에 나서는 것은 포퓰리즘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배달앱 관련 독과점 횡포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 시정하면 되지, 공공 영역이 직접 나서 배달앱을 따로 개발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란 의견이다.
당장 지자체가 반대 여론을 딛고 공공배달앱 개발에 나서더라도 운영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운영비 확보가 가장 큰 숙제다. 지난달부터 ‘배달의 명수’라는 공공배달앱 운영에 나선 전북 군산시의 인구는 26만 명으로 가입자는 2만여명 수준이다. ‘1000만 도시’인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을 꾸린다면 소비자 규모와 배송 거리 등에서 군산하고는 차원이 다른 운영비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모두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비용이다.
군산시는 배달의명수 운영비만 약 1억 5,0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은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택배서비스를 끌어안은 것을 따져보면 기존 우편배달 인프라를 활용해 연착륙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음식배달 서비스는 기존 공공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실시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예산 지출이 불가피할 텐데 지속적으로 커질 운영비를 지자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공공배달앱의 실효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합병으로 시장점유율 약 9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내놓은 공공배달앱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43)씨는 “서울시 지역화폐인 제로페이도 지역에서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받는다지만 가맹점이 적고 쓰기 불편해 안 쓰는데 공공배달앱을 굳이 찾아 쓰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배달앱이 각 지자체가 야심차게 내놓은 지역화폐처럼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우후주순으로 공공배달앱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인천 서구는 지난 1월 전자식 지역화폐를 휴대전화 플랫폼에 연동한 공공배달앱 ‘배달서구’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자 경기도를 비롯해 경남 창원시, 서울 광진구 등이 최근 잇따라 공공배달앱 개발에 뛰어 들었다.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화폐를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공통적으로 내놓은 개발 이유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공공배달앱 개발이 타당한 지를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TF를 꾸려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비용구조를 단순화시키고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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