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ㆍ의료붕괴 우려에 전격 발표 
 도쿄ㆍ오사카 등 7곳… “도시 봉쇄 아냐” 
 “전후 최대위기”… 1,200조원 경제대책도 
 긴급사태 선언 빌미로 개헌 의도 엿보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쿄도를 포함한 7개 지역에 한 달 간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법적 근거인 2013년 신형인플루엔자대책특별조치법 시행 후 첫 적용으로 1940년대 태평양전쟁 후 기본권을 제한한 첫 조치다. 그간 사회ㆍ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론을 고수했으나, 도쿄의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고 의료붕괴 우려까지 제기되자 긴급사태 발령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 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에서 확진자가 지금 같은 속도로 증가하면 2주 뒤 1만명, 한달 뒤 8만명을 넘는다는 추산이 있다”며 “사람간 접촉을 70~80% 줄일 경우 2주 후 감염이 정점을 지나 감소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개월간 사람과의 접촉을 70~8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구체적인 대응으로 재택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근무조 편성으로 출근자 70% 감소, 사람과의 충분한 거리 두기 등을 요청했다. 이어 “서구의 도시 봉쇄와는 다르다”면서 “국민들이 행동을 바꿔주는 것이 수습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상 지역은 도쿄ㆍ가나가와ㆍ사이타마ㆍ지바 등 수도권과 오사카ㆍ효고ㆍ 후쿠오카 등 7곳이다. 기간은 ‘골든위크’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6일까지다. 해당지역 지자체장은 △불필요한 외출 자제 △학교ㆍ백화점 등 사용 및 이벤트 개최 제한ㆍ정지 등을 요청ㆍ지시할 수 있다. 다만 벌칙 규정은 없다. 강제력을 수반하는 조치는 임시 의료시설에 필요한 토지ㆍ건물의 동의 없는 사용과 의약품 등의 필수물자 전매 정도다. 이와 관련, 도쿄도는 전날 극장ㆍ전시관ㆍ체육관 등에 휴업을 요청하는 대응책을 마련했고, 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들은 8일부터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일상 생활을 위한 슈퍼ㆍ병원ㆍ은행 등은 계속 영업한다. 철도ㆍ버스 등 대중 교통기관도 운행된다.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가운데, 도쿄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전광판에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이 방송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가 전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1,200조원 규모로 편성한 경기부양안도 발표했다. 이날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된 긴급 경제대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108조엔(약 1,21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재정지출은 39조엔(약 437조원)이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편성한 58조6,000억엔의 두 배다. 최대 관심사인 형편이 어려운 가정과 중소ㆍ소규모 사업자에게는 6조엔(약 67조5,000억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이 가운데 수입 급감 등의 일정 조건을 갖춘 세대에 30만엔(약 340만원)이 주어진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이번 선언이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드라이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패전 후 일본 헌법에는 긴급사태나 행정권을 군에 이양하는 계엄령 조항이 없다. 때문에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를 빌미 삼아 지진 등 대규모 재해로 정상 입법이 어려울 경우 내각이 보다 권한을 갖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사태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긴급사태 선언을 사전 보고하면서 “국가와 국민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국난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무겁고 중요한 과제”라며 개헌을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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