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 심사 앞두고 한발 물러서
국내 배달앱 업체 1위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 논란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 간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시점에 불거진 사회적인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장문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제가 된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 체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부터 정액제(8만8,000원) 광고료 방식인 '울트라콜'에서 주문 건당 결제금액의 5.8%를 받는 정률제 '오픈서비스'로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자금력을 갖춘 업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됐던 기존 울트라콜이 영세ㆍ신규업자에겐 불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배달의민족의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회사측에선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매기는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으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게 이유였다. 예컨대 월 매출 1,000만원 업소에서 배달의민족의 새로운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58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기존 울트라콜에서 평균적으로 3~4건을 이용했을 때 지불해야 했던 26~35만원에 비해 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자영업자측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지난 4일과 5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논란을 두고 “독과점의 횡포”라고 꼬집었고, 군산시가 지난달부터 운영하는 ‘배달의 명수’ 같은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달의 명수는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가입비와 광고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음식배달 앱이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주문 건수가 7,000여건에 달하고, 앱에 가입한 군산 시민도 2만3,500여명에 이른다.
배달의 명수가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알려지면서 배달의민족의 독과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배경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국내 배달앱 1~3위 업체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은 사실한 하나의 회사가 되면서 사실상 100%에 가까운 점유율로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김 대표의 이번 사과가 현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간의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마당에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 정황이다. 혹시나 심사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기업결합 신고서를 기반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수수료 조정 조치에 대해서도 기업결합 심사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새 수수료 체계를 검토한 후 개선할 것이 있으면 바꿔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박세인 기자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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