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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확한 토마토를 내다 버리고, 이웃 농장 주인은 시장 상황이 다시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매일같이 호박을 잘라 버리고 있죠.”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카운티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짐 앨더만은 최근 토마토밭을 갈아엎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크루즈선, 디즈니월드 등과의 식자재 납품 거래가 끊겼기 때문이다. 판로가 막히면서 힘들게 토마토를 재배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식료품 사재기 광풍이 불었던 세계 각국에서 이번에는 쓰레기 대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필요량 이상을 구매해 포장도 뜯기 전에 내다 버리는 개인 소비자들이 늘어난데다 특히 요식업계의 영업 중단으로 판로를 잃은 지역 농장들이 더 큰 손실을 우려해 농ㆍ축산물을 폐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무분별한 사재기와 식당 폐쇄 등으로 식료품 공급이 불안정해져 연간 평균 6,300만톤이던 미국의 음식물 쓰레기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쓰레기 수거업체 리콜로지에 따르면 최근 외식 대신 미리 사놓은 식재료를 조리하는 가정이 늘면서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음식물 쓰레기가 증가했다. 뉴욕도 최근 2주간 음식물 쓰레기가 늘었다. 매체는 각 주정부가 식당의 테이크아웃과 배달 영업만 허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각 가정의 쓰레기 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에서도 정부의 이동제한령으로 식당들이 문을 닫는 대신 지난달 식료품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 가량 늘면서 식자재가 낭비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식자재 폐기가 식료품 사재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직접적인 이유는 각국의 대규모 셧다운으로 학교ㆍ기업ㆍ식당 등의 식자재 도매 수요가 급감한 데 있다. 농가 수입 감소는 물론 납품 시기를 놓친 많은 양의 우유와 각종 채소ㆍ야채 등이 대책 없이 폐기되고 있다. 게다가 도매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 레스토랑협회는 “3개월 내에 지난한 해 외식업 매출의 26% 가량이 줄고 일자리는 최대 7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해서 소매 중심으로 공급망을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치즈를 비롯해 소매 비중이 절반 이하인 품목이 많고, 포장 크기나 보관 방법 등의 차이로 소매점 납품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셰인 브레넌 영국 냉장유통협회 회장은 “사재기 바람으로 텅 비었던 영국 전역의 식료품점 진열대는 4~6주 안에 채워지겠지만 푸드 서비스 공백으로 재고가 쌓인 가금류의 가공 처리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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