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가 2009년 상하이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버림 받았던 쌍용차가 10여 년 만에 또다시 생존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검토했던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투자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225억원에 인수해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투입한 최대주주다. 현재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5%다.

마힌드라는 이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자본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신 앞으로 3개월 간 쌍용차에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큰 충격에 빠졌다. 쌍용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자금 지원 차질에도 현재 추진하는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마힌드라가 400억원 투입 계획을 밝힌 점을 강조하며 “마힌드라 그룹의 (쌍용차) 철수 의혹이 불식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쌍용차가 자력으로 경영난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거란 냉정한 평가가 우세하다. 쌍용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819억원이다. 최근 3년 연속 적자에 2017년 1분기 이후 이어진 12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적자 금액만 4,000억원을 넘었다. 2016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인기에 힘입어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글로벌 자동차 침체 등으로 다시 판매 부진과 자금난 악화에 빠졌다.

때문에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지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앞서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월 방한해 쌍용차 회생을 위해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자사가 2,300억원을 부담할 테니 나머지 금액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고엔카 사장은 평택 공장을 방문해 노조와 구성원 앞에서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마힌드라의 이번 결정으로 투자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마힌드라의 행보를 두고 과거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국계 자본이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경영난에 처한 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여의치 않자 자금 지원을 끊는 모습이 ‘판박이’라는 것이다.

쌍용차는 1999년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이후 경기 악화와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상하이차는 2008년 말 쌍용차를 도와달라며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하이차의 지원이 먼저라며 거부했고 상하이차는 구조조정을 거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관련 기술만 유출됐다는 ‘먹튀’ 논란이 일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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