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불안”보다 “조금 떨어진 희망”을 나눕시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변에 벚꽃이 만개했다. 그러나 화사한 벚꽃이 전하는 봄 소식을 반겨줄 사람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책로 일대에서 열리던 벚꽃 축제가 취소된 데다 아예 산책로 주변이 전면 폐쇄됐기 때문이다.
송파구청은 꽃 구경을 위해 인파가 몰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산책로 곳곳에 축제 취소 및 보행로 폐쇄 안내문을 붙였다. 2일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린 철책 밖에서 화려한 벚꽃을 휴대폰에 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무심히 지나던 행인들 상당수가 벚꽃의 자태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시내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자리잡은 석촌호수 산책길이 전면 통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석촌호수의 벚꽃 풍경은 지난해 500여만 명의 인파가 북적거리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송파구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50%가 해외 입국자로 석촌호수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경우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고 확진자가 다녀가면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만큼 12일까지 불가피하게 석촌호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근 주민들의 출근과 운동, 산책 등 편의를 위해 오전 5시~9시까지는 일부 구간의 출입을 허용한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절실한 지금이지만 나뒹구는 벚꽃잎마저 코로나19에 빼앗겼다는 사실은 아쉽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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