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보다 13.4% 추락… 정유ㆍ항공ㆍ車업계 등 직격탄

국내 대형 여행사 모두투어의 작년대비 올해 3월 예약률은 -99.2%, 또 다른 여행사 하나투어는 -99.0%다. 작년 3월 여행 예약자가 100명이었다면, 올해 3월엔 99% 이상 줄었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이동제한이 장기화되자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모든 업체가 줄도산할 판”이라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글로벌 대기업 삼성전자는 국내외 생산거점 37곳 가운데 4분의 1이 현재 가동중단 상태다. 현대ㆍ기아차의 해외 12개 생산기지는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생산을 멈췄거나 멈출 예정이다. 모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언제쯤 가동중단이 풀릴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두 달 여간 세계 경제를 집어삼킨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바닥을 친 줄 알았던 국내 대표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역대급 ‘어닝쇼크(예상을 밑도는 실적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근 한 달 새 13%나 더 급감했다. 주력 기업들의 실적 붕괴는 연관산업 불황, 실업난, 세수급감 등 악순환의 출발점이어서 우려는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은 내주부터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기업 영업익 전망치 13% 추락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지난 3월 31일 기준)이 있는 코스피 대형 상장사 76곳(시가총액 순위)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7조1,6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2월 말 추정치(19조8,168억원)보다 무려 2조6,549억원(13.4%)이나 급감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기업의 1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왔다. 그런데 낙폭과 속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지만 흑자는 지킬 것으로 전망됐던 업체들이 한 달 사이 적자 전환으로 바뀌는가 하면, 역대 최악으로 평가됐던 지난해보다 실적 전망이 70~80% 더 추락한 기업도 있다.

특히 정유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76개 기업 중 1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 3곳 중 2곳이 정유업체(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다. 두 기업은 한 달 전만해도 각각 657억원, 718억원씩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다. 이 전망치 역시 연초보다 60~70%씩 하락한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석유 수요 회복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각국의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면서 석유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원유 가격 급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가중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적자전환이 예상된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의 실적도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은 이날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직원의 절반(750명)을 구조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달 간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직원의 절반 가량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2차전지 업종도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기차 수요 악화 우려에 올해 초부터 실적악화가 우려됐던 LG화학(-18.5%)과 삼성SDI(-24.1%)는 한 달 새 실적 전망이 추가 하향됐다.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절벽이 본격화된 자동차 업계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 달 만에 각각 20.9%, 15.1%씩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현대ㆍ기아차는 12개 해외 생산기지 가운데 국내 및 중국을 제외한 모든 공장을 ‘셧다운’ 하기로 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한달 새 전망치가 4~5%대로 감소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났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장 가동률 하락에 추가적인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전체 공장의 4분의 1이 가동을 중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무려 -67%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 필요하지만 부실 기업은 가려야

국내 주력 기업들은 작년에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환경 악화에 막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강력한 악재에 국내 거의 모든 기업들이 현재 상황을 생존의 공포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 4월 전망치(59.3)에서도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2.0) 이후 최악의 경기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사실상 시장 자체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위기의 크기로나 성격으로나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회장은 “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줘야 근로자의 해고도 막는 것”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편에선 위기일수록 정부 정책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위기 기업에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유동성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위기 극복 이후 살아남을 기업과 부실 기업을 가려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기업에 돈을 쏟아 붓다 함께 몰락한 과거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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