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양극화, 불편한 민낯] <2>온라인 학습도 격차 
 조손·한부모가정 온라인수업 걱정 
 휴교 기간 학원 보낼 형편도 안돼 
 수업 감독할 어른 없는 것도 문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교육부가 이달 9일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들이 원격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말고도 동생이 두 명인데 컴퓨터는 달랑 한대뿐이에요. 휴대폰도 낡았는데 이걸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할까요.”

경기 화성시의 고등학교 3학년 장모(18)군은 2일 전화 인터뷰에서 막막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장군은 할머니, 고1ㆍ초3 동생과 함께 사는 조손가정의 첫째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지만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했지만 당장 수업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가 부족하다. 유일한 어른인 할머니는 얼마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장군은 “막내 동생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출석ㆍ준비물ㆍ숙제ㆍ식사 등을 관리할 어른이 한 명도 없다”고 울먹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취약계층에겐 ‘교육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과외나 사교육업체의 온라인 강의 등 ‘대안 찾기’에 분주해도 조손ㆍ한부모ㆍ장애인가정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듣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교육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에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업체의 인강ㆍ과외ㆍ학원 등으로 학업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올해 사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초등학생 온라인 강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배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 과외나 매일 방역이 이뤄지는 대형 학원에도 학생이 몰린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양모(45)씨는 “처음엔 과외로 돌리는 학부모가 많았지만 지금은 방역이 가능한 학원에 보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교육시장을 찾을 수 없는 취약계층의 교육은 사실상 정지 상태다. 공교육 온라인 수업의 기본인 컴퓨터나 태블릿 등을 확보하는 것부터 어렵다. 정부가 수요를 조사해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교육부조차 필요한 수량을 모두 제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취약계층 일부엔 기존에 정부가 지원한 컴퓨터들이 있는데, 낡은 게 많아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성능을 갖췄는지도 파악이 안 된다. 교육부 관계자조차 “한 가구에 학생이 여러 명이면 스마트 기기 부족분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부모가정 등 온라인 수업을 감독할 어른이 없는 집도 문제다. 몇 년 전 이혼한 서울 동대문구의 김모(52)씨도 중학교 2학년 큰아이에게 초등학생 둘째를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씨는 “아이들을 부탁할 친인척도 없다”며 “큰애가 자기 공부에 둘째 수업까지 챙기다 뒤처질 것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장 수업이 필수적인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도 위기에 처했다. 맹학교의 경우 고3은 학교에서 안마ㆍ침술 등을 배우는데, 이런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국ㆍ영ㆍ수 등 공통교육과정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이 없어 맹학교 학부모들은 추가 대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취약계층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공평한 교육을 제공하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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