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시도하는 ‘무제한 양적완화’의 첫 조치로 2일 5조2,500억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한은은 이날 91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을 실시, 응찰액 5조2,500억원을 모두 낙찰했다고 밝혔다. 모집금리는 기준금리보다 0.03%포인트 높은 연 0.78%로 결정됐다.
RP매입은 일정 기간 후 해당 채권을 되파는 것을 조건으로 채권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이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전액공급 방식의 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ㆍ대상 기관 확대를 의결했다. 이달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매주 정기적으로 RP를 무제한 매입해 시장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통상 주마다 RP를 매각하면서 매각 물량으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공개시장운영을 실행한다. RP 매입은 2008년 금융위기 등 통화량이 부족할 때 부정기적으로 실시했다. RP를 시장 요청에 응해 정기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사실상 시장의 요구에 맞춰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한은의 선언으로 인해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이름도 붙었다.
이날 RP 매입금리는 기준금리보다 0.03%포인트 높게 책정됐다. 통상 한은은 7일 만기로 RP를 거래할 때 기준금리를 고정금리로 활용한다. 앞서 3월에 부정기로 실시한 두 차례 RP매입에서는 19일 0.82%, 24일 0.77%의 금리가 적용됐다. 한은은 91일 만기 통화안정채권 금리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금리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RP매입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높게 설정한 것이 현재 회사채 시장의 불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양적완화에 걸맞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한은은 “한은 입장에서 대출금리에 해당하는 RP매입금리가 차입금리에 해당하는 RP매각금리보다 낮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기준금리 미만으로 RP매입을 실시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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