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주변의 텅 빈 거리. 뉴스1

유튜브로 전 세계와 실시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요즘처럼 흥미진진한 적이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전보다 자주 유튜버들의 현지 소식을 찾아보곤 하는데, 요즘 가장 빈번히 보이는 건 텅 빈 도시의 풍경이다. 그렇다. 도시가 멈췄다. 파리의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는 사람이라곤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고 런던의 명물 대관람차인 런던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트래픽 지옥이라는 뉴욕 맨해튼은 이따금 경적을 울리는 앰뷸런스나 경찰차를 빼곤 차가 한 대도 없다. 이런 건 살면서 처음이라고 말하는 현지인들은 놀라움을 넘어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MERCI(고맙습니다)’, 의료진에게 감사인사를 보내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 연합뉴스

바티칸 교황청 앞 넓디넓은 성 베드로 광장에 교황이 홀로 단상에 올라 세상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은 고독하고 슬펐다. 에펠탑에는 코로나와 맞서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MERCI(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오며 각자의 집에 머물러 달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평소라면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느라 바빴을 테지만 오늘은 적막할 뿐이다. 몇 년 거주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건축 사무실도 나갔던 프랑스 리옹을 찾아보았다. 드론 촬영으로 보여주는 지금의 리옹은 말 그대로 정지된 도시였다. 하염없이 흐르는 두 개의 강줄기만이 정지 화면이 아님을 보여줄 뿐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아름다운 도시들, 영원히 사람들로 북적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글로벌 메트로폴리스들. 그렇게 기대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면서 발전의 척도가 되었던 도시들이 하나 둘 기능을 멈추고 있다. 최첨단의 초고층 빌딩, 최고라 믿었던 화려한 건축물들이 본래의 쓰임을 잃고 비어 있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생긴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며 만들어온 아름다운 도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멈춰 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런 풍경은 건축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

건축학자들은 지금의 도시를 건설해 온 것이 전염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페스트나 독감 같은 질병들을 극복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서 인간의 거주 환경에 끊임없이 변화를 가해 온 것이다. 도시와 건축은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면서 발전해 왔다. 수도를 끌어오고 하수관을 정비하며 빛과 환기를 위해 공간을 만들고 창을 냈다. 현대의 각종 기술이 적용되면서 대도시 뉴욕처럼 초밀도의 삶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텅 비어 버린 타임스퀘어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에게 이 숙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디자인으로 인간의 감각을 표출하던 시절은 잊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높은 밀도의 초고층 건물이 부의 성장이며 그 꼭대기의 삶이 성공의 지표라는 자본주의가 여태 해 온 상징들. 그 상징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각종 건축 기술과 디자인이 발전되어 왔다. 이와 같은 방식은 지금처럼 멈춰 버린 도시 앞에서 길을 잃을 것 같다. 높은 밀도와 수많은 접촉이 바탕에 깔려 있는 도시의 삶은 더 이상 이상향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이후에도 새로운 전염병이, 더욱 혹독한 천재지변이 속출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세계를 설계할 때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는 다급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나 건축은 언제나 사람의 생각이 향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 정지된 도시에서 몇 주째 집안에 격리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작은 방식으로 희망을 표출한다. 프랑스에서는 저녁 8시가 되면 모두들 발코니에 나와 박수를 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조명을 껐다 켰다 하며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고 격려한다. 어느 거대하고 단조로운 고층 아파트가 저녁만 되면 테라스로 나온 사람들의 격려 활동으로 다채롭고 활기차게 변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건물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 도시의 주인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정구원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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